[사회] 대구 가로수 8만 그루서 24만 그루로…‘대프리카’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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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낮 12시40분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대구대표도시숲의 온도를 측정했다. 숫자판은 같은 시각 대구 시내 평균 기온(34.9도)보다 5도 낮은 29.9를 가리켰다. 정은혜 기자

“열대야로 힘들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견디기) 나은 것 같아요.” 폭염 경보가 발령된 지난 8일 정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내 대구대표도시숲에서 만난 손금이(83)씨의 말은 뜻밖이었다. 대구가 더는 이른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 토박이인 그는 “전에는 아스팔트가 녹아 구두 굽이 푹푹 들어갔는데…”라며 변화를 강조했다. 비밀은 도시 숲에 숨어 있었다. 3년 전까지 공터였던 이곳은 나무 2만여 그루가 식재된 2만4779㎡ 규모 공원이 됐다. 손씨는 “에어컨 바람 때문에 머리가 아파 낮에는 여기로 피서를 온다. 그늘도 많고 바람도 불어 집에 있는 것보다 한결 낫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직접 잰 대구대표도시숲 기온은 29.9도. 같은 시각 시내 최고 기온(34.9도)보다 5도 낮았다. 대구시는 폭염의 주범인 열섬효과를 막기 위해 2019~2022년에 걸쳐 대구대표도시숲 등 38곳 48㏊(14만5200평) 규모의 녹지를 조성했다. 이 사업은 산림청의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의 일환이기도 하다. 산림청은 “도시 숲은 미세먼지 저감과 함께, 도심에 바람길을 내 여름 한낮 평균 기온을 3~7도 낮춘다. 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온라인에 “이제는 ‘대프리카’의 ‘대’가 대구가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국내 폭염 상황은 점점 심해지는데, 대구는 언젠가부터 낮 최고 기온 지역 순위에서 밀리면서다. 경기 여주에서 자동기상관측장비(AWS)에 40도가 찍힌 지난 4일.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37.8도로 전국 시군 중 15위였다. 경북 경주(38.4도)를 위시해 경상권이 전국에서 가장 더웠던 지난 7일에도 대구는 36.6도(12위)였다. 사실 대구는 기록적 폭염이 닥쳤던 1994년 7, 8월 당시 월평균 최고 기온이 36도, 34.5도에 달했고, 낮 최고 기온 기록(40도, 1942년 8월) 보유 도시였다.

대구시가 1995년부터 폭염과 싸우기 시작하면서 중장기 대책으로 녹지를 늘린 성과가 나타난다는 게 기상 전문가들 분석이다. 1995년 8만4000여 그루였던 가로수는 2023년 23만9000여 그루로 3배가 됐고, 열섬효과를 완화하는 도심 숲은 2005년 1392ha(418만여 평)에서 2021년 2759ha(834만여 평)로 2배가 됐다. 지난해에도 113억원을 들여 기후 대응 도시 숲과 녹지 14곳을 추가 조성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처음 계획을 수립할 때부터 시민들이 폭염 대책으로 가장 원했던 게 녹지 조성이었다”며 “녹지를 계속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미국 워싱턴주 자연보호협회 연구(2022년 6~8월 타코마시의 녹지 유무에 따른 지역 비교) 결과에 따르면 녹지가 있는 곳은 없는 곳보다 낮 기온이 평균 3.45도 낮았다. 1967년부터 정원 도시 프로젝트를 시작해 도시 숲의 효과를 확인한 싱가포르는 350ha(106만 평)의 도시 숲을 조성했고, 2030년까지 200ha(61만 평)를 추가할 계획이다. 박찬열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관은 “나무는 증산작용(뿌리로 흡수한 물을 기공으로 내보내는 것)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뺏는다”며 “나무 주위는 나무가 없는 곳보다 기온이 3도가량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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