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내 전기차 70%엔 K배터리 탑재...배터리 품질 책임 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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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정보가 공개된 국내 출시 전기차 60종 가운데 70%는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일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를 시작으로, 14일까지 기아·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들과 BMW와 벤츠 등 수입차 6곳이 전기차종별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했다. 이를 분석해보니 배터리 정보가 공개된 전기차 60종 중 42종에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제품이 쓰였다. 이날 오전 배터리 정보를 공개한 독일 폭스바겐과 폭스바겐그룹코리아(아우디 수입사)의 전기차 14종에도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배터리가 장착됐다.

중국 배터리 기업 제품이 탑재된 전기차 18종 중 대부분은 세계 1위 중국 CATL 제품을 썼다. CATL 제품을 쓰지 않은 경우는 인천 청라 화재를 일으킨 메르세데스-벤츠 뿐이었다. 벤츠는 국내서 판매중인 전기차 16종 가운데 5종에 세계 10위권 배터리 업체인 중국 파라시스 제품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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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수입사인 폭스바겐그룹코리아가 자사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를 공개했다. 사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전기차 제작 단계부터 K배터리 탑재

국내 출시 전기차에 한국 배터리 기업 제품이 많이 쓰인 데는 현대차·기아 영향이 크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전기차 60만6610대 중 현대차(39.8%)·기아(27.4%) 비중이 67.2%에 이른다. 현대차는 전기차 13대 차종 중 12개 차종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배터리를, 기아는 7개 차종 가운데 5개 차종에 한국 기업 배터리를 썼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배터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미국에 합작법인을 만들 배터리셀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내 등록된 전기차의 13.3%를 차지하는 테슬라의 경우 공식적으로는 배터리 제조사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현대차·기아 외에도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전기차 제작 단계부터 협업하며 배터리 납품 계약을 따냈다. 삼성SDI는 2009년 BMW와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013년 BMW 최초의 순수전기차(BEV) i3를 시작으로 i8과 iX, i4 등에 고성능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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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2년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올리버 집세(Oliver Zipse) BMW CEO 경영진과 만나 삼성SDI의 최첨단 'P5' 배터리셀이 적용된 BMW의 최신 전기차 '뉴 i7' 등을 살펴봤다. 사진 BMW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미시간주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미국 오하이오주·테네시주에서도 공장을 가동 중이다. SK온 역시 현재 현대차그룹과 함께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합작 공장을 포함해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도 테네시, 켄터키 지역에 총 127GWh 규모의 공장 3개 등 총 4개의 공장을 152GWh 규모로 건설 중이다.

그러나 전 세계 시장을 놓고 보면 중국산 배터리가 시장 점유율에서 앞서 있다. 중국 내수 시장을 잡은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은 유럽 및 동남아시아 완성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시장 27.4%를 점유한 글로벌 1위 CATL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사용량(전기차에 탑재되는 총량)이 12.1% 증가했다. 나머지 중국 기업들도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지난해 테슬라를 누른 전기차 제조사이자 중국 2위 배터리 업체인 BYD도 올 상반기 사용량이 지난해 상반기 대비 144.8% 증가해 비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6위(3.7%)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청라 벤츠 차량 화재를 계기로 국내에선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국내 소비자 반감이 커졌다 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한국 배터리들이 앞서 있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보다 뛰어날 뿐 아니라, 화재 위험도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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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열린 2023 인터내셔널 모터쇼에 전시된 중국 CATL의 전기차. 신화통신

배터리 품질 책임, 더 커진다 

배터리 업계에선 배터리 품질 보증과 안전성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화재 사고를 계기로 배터리 정보 공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만큼,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제조사에 더 높은 수준의 품질 관리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배터리 업체들과 기술력 격차도 줄고 가격 경쟁력 면에서도 고전하던 중에 이런 사고가 나서, 이젠 전기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배터리의 안전성을 증명해 보여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는 “향후 배터리 실명제가 도입되면 전기차 배터리 품질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배터리 품질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에 대한 투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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