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네가 뭔데" 2분간 맞았다…공무집행방해 93%가 경찰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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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순경 박모씨는 지난 8일 오전 10시쯤 종로구 길거리에서 옆을 지나던 행인에게서 별안간 폭행을 당했다. 독자 제공

지난 8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을 순찰하던 서울경찰청 기동단 소속 순경 박모씨는 갑자기 행인에게 주먹으로 맞았다. 남성 A씨(53)는 순식간에 박 순경에게 달려들어 약 2분간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 A씨는 “네가 뭔데”라고 고함치며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박 순경은 A씨를 상대로 어떤 물리적 제지도 없이 무방비로 맞고 있었다고 한다. 몸싸움 끝에 박 순경이 차고 있던 선글라스와 무전기 등 각종 장비는 거리 위에 나뒹굴었다. 근처에 있던 경찰관 2명이 더 달라붙어 A씨를 바닥에 눕혔으나, A씨는 제압 당한 상태에서도 발버둥쳤다. 박 순경은 얼굴 타박상 등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그는 “나이 든 시민이 갑자기 달려들어 손 쓸 도리가 없었다”며 “일면식 없는 누군가에게 당한 폭행으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A씨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음주 상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연간 1만 건에 달하는 공무집행방해 사건의 대부분이 경찰을 대상으로 한 범죄로 나타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무집행방해 사건 검거 건수는 지난해 기준 1만 25건으로, 이 중 9346건이 경찰관을 상대로 발생했다. 전체의 약 93%에 해당한다. 범죄 내용으로는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협박·모욕 사례가 많았다.

그동안 공무집행방해 관련 범죄 통계는 피해 공무원 유형 구분 없이 집계됐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폭력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관이 겪은 실태를 따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대상이 되는 사례가 잦은 건 밤에 사건을 처리하는 업무 특성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관이 야간에 주취자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인 폭력이나 모욕 등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무집행방해 범죄로 검거된 인원 가운데 주취자의 비율은 약 69%에 달한다.

경찰 내부에선 공무집행방해죄의 양형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형법상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처벌 수준은 훨씬 낮다. 2022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분석한 2021년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법원의 판결 내역에 따르면 집행유예가 46%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이 31%로 두번째로 높았다. 실형은 18%에 그쳤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공무집행방해죄 양형 판단 시 음주 여부를 감경 요소에서 배제하고, 상습 공무집행방해 범죄에 대해선 엄격하게 판단하고 형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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