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마트 미노슈 샤피크 차기 컬럼비아대 총장. 컬럼비아대 홈페이지

미국 대학가의 가자전쟁(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반대시위의 중심지로 꼽혔던 뉴욕 컬럼비아대의 총장이 사임했다. 가자 전쟁 이후 학내 반유대주의 논란과 관련해 아이비리그 총장이 사퇴한 것은 하버드·펜실베이니아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네마트미노슈 샤피크 총장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내고 "(재임 기간은)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서로 다른 견해를 극복하기 어려웠던 혼란의 시기였다"며 "이 시점에서 물러나는 것이 컬럼비아대가 앞으로 도전을 헤쳐나가는 데 가장 좋을 것이라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샤피크 총장은 지난 4월 컬럼비아대의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경찰에 진압을 요청하는 등 강경 대응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경찰이 시위대에 참여한 학생 수백 명을 연행하자 학생들은 권리와 학문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했고, 미국 곳곳 대학가에선 연대 시위가 일어났다.

지난 5월엔 컬럼비아대 인문과학대 교수 등 교직원 투표에서 총장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됐다. 구속력은 없었지만, 샤피크 총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입혔다.

지난 4월 30일(현지시간) 뉴욕시 컬럼비아대학 정문 앞에서 진행된 시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오른쪽)와 전통 복장을 입은 유대인이 철장을 경계로 대치하고 있다. 문진욱 기자

NYT는 "샤피크 총장의 사임은 개강이 3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이뤄졌다"며 "그의 짧은 총장 임기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가 컬럼비아대와 미국 전역의 대학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샤피크 총장은 지난해 7월부터 컬럼비아대 총장을 맡았다.

가자 전쟁과 관련해 지난해 12월엔 리즈 매길 펜실베이니아대 총장이, 올해 1월엔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각각 사임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의회 청문회에서 '유대주의'에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로 정치권과 이른바 유대계 '큰손' 기부자들로부터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