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통신 기록 없어 가보니 탈진 상태...돌봄 서비스로 1인 가구 목숨 구하는 지자체

본문

통화나 전기 사용 내용을 확인, 한동안 기록이 없으면 집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또 우체국 집배원이나 우유 배달원이 가정을 정기적으로 찾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지자체와 정부가 1인 가구 등 관리 대상자를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다. 이런 시스템이 위기에 처한 주민의 목숨을 구하는 등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서산시 "밤새 안녕 안심 서비스"

충남 서산시가 2021년부터 시행 중인 ‘밤새 안녕 모바일 안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이 서비스는 통신사와 연계해 1인 가구 등 관리 대상자 유무선 전화 통화기록을 자동으로 확인한다. 통화기록이 갑자기 없어지면 관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방문,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17237052162436.jpg

지난 7월 16일 충남 서산시 복지담당 공무원들이 연락이 닿지 않는 1인 가구를 찾아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서산시]

최근 이 서비스 덕분에 주민을 잇달아 구조했다. 서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오후 2시쯤 도심 한 주택에서 사회복지담당 공무원들이 탈진해 쓰러져 있던 50대 남성 A씨를 발견했다. 당시 A씨 집에는 요구르트병만 가득했다. A씨는 일주일이 넘도록 밖으로 나오지 않고 요구르트로 연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그는 한 달 전부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했다고 한다.

"열흘 넘게 통화기록 없다" 신고에 현장 확인

공무원들은 “열흘 넘게 (A씨) 통화 기록이 없다”는 통신사 연락을 받고 집을 찾았다. 하지만 문이 잠겨 안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공무원들은 ‘행정복지센터로 연락을 달라’는 안내문을 남기고 돌아왔다. 이후에도 연락이 오지 않자 소방관과 함께 다시 찾아, 방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쓰러져 있던 A씨를 구했다.

17237052165666.jpg

혼자 살다 쓸쓸히 생을 마무리하는 '고독사'를 2027년까지 20%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부가 고독사 위험군 발굴과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모습. 연합뉴스

서산시는 지난달 15일에도 해미면 한 주택에서 쓰러져 있던 B씨(60대)를 구조했다. 공무원들은 B씨를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도록 돕고 긴급 생계비도 지급했다.

도시락 사흘째 그대로…공무원·소방관 출동

대전시는 지난해 8월 대전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서비스를 통해 고독사를 막았다. 이 서비스는 자치단체와 자생단체, 주민 등이 네트워크를 형성해 취약계층을 돌보는 것이다. 당시 대전 서구 한아파트에 사는 C씨(70대)가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 지병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한 C씨는 통합 돌봄 대상자로 선정돼 도시락을 지원받았다. 이후 2~3일간 도시락이 방치된 것을 발견한 배달업체 직원이 서구청에 신고하면서 구조됐다.

17237052167194.jpg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지난해 5월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고를 받은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은 C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소방대원과 동행, 잠긴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그를 구조했다. 대전시와 서구 관계자는 “통합 돌봄 서비스를 통해 고독사를 막을 수 있었다”며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여러 기관이 협력한 우수 사례”라고 설명했다.

대전시, 맞춤형 지역사회 통합 서비스 지원

대전시는 자택 내 돌봄이 필요한 시민을 대상으로 맞춤형 지역사회 통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3만8915명이 신청, 목표(2만5000명)를 초과했다. 올해는 19억원을 투입, 의료진이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 건강 진료 서비스도 확대했다.

17237052168716.jpg

충남 홍성의 우체국 집배원이 1인 가구를 찾아 택배를 전달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홍성군]

행정안전부와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5월부터 충남 홍성군과 전북 장수군 등 전국 15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안부 살핌 우편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우체국 집배원이 사회적 고립 가구를 주기적으로 방문, 안부를 확인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15개 시·군·구 '안부 살핌 우편 서비스' 시범 운영

이들 지자체는 중장년층 1인 가구와 고립 청년, 조손 가구 위기 가구를 ‘집중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생필품을 1~4주 단위로 배송한다. 이 과정에서 관리 대상 주민의 안부를 주기적으로 확인한다.

이와 함께 세종시는 저소득 독거노인 안부를 묻는 ‘우유 배달 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매일유업 배달망을 활용, 이달부터 세종 지역 독거노인 100가구에 주 2~3회 우유를 배달한다. 우유가 쌓이는 등 이상을 발견하면 관할 행정복지센터에 안부 확인을 요청한다.

17237052170119.jpg

매일유업은 지자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독거노인 가구에 우유를 배달하면서 이상이 발견되면 관할 기관에 통보하는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사진 매일유업]

울산 중구는 올해 1월부터 고독사 위기에 처한 중장년 1인 가구의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주민과 민간기관·단체가 위기 가구를 발굴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 3월에 울산시 중구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노숙하는 남성이 있다”는 주민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출동, 거리를 배회하던 60대 남성을 발견했다. 중구는 경찰·소방의 협조를 받아 남성을 치료한 뒤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전체 가구 34.5% 1인 가구…질병·고립 위험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전체 가구(2177만4000가구) 가운데 34.5%(750만2000가구)가 1인 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30%를 넘어선 데 이어 매넌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사회 안전망 구축이 미흡해 질병과 고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40,704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