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에서 애플페이 외에 다른 결제 방식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삼성페이나 구글페이도 아이폰에서 사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애플페이. REUTERS=연합뉴스

애플은 아이폰의 새 운영체제인 iOS 18.1 버전부터 아이폰의 결제칩을 외부에 개방한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날 애플은 자사 블로그에 “iOS 18.1부터 애플페이·애플월렛 외에도 보안 요건을 충족한 앱에 SE(애플의 결제 칩)를 사용한 근거리무선통신(NFC) 비접촉 결제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단말기에 아이폰을 가져다 대면 결제가 되는 ‘탭앤고(tap-and-go)’ 기술을 외부 서비스에도 개방하겠다는 의미다. 애플은 “개발자들은 매장 결제, 자동차 키, 기업 배지, 학생 ID, 홈 키, 상점 포인트 카드, 이벤트 티켓 등 비접촉 결제를 활용한 앱을 아이폰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현실화하면 삼성페이나 구글페이 등 외부 NFC 결제 서비스를 아이폰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새 운영체제인 iOS 18.1은 다음달 아이폰16이 공개되는 만큼 올해 4분기쯤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다만 이 솔루션을 적용하려면 애플과 상업적 계약을 체결하고 관련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애플은 이 방식을 미국과 영국, 호주·브라질·캐나다·일본·뉴질랜드 등에서 허용한다고 밝혔다. 허용 대상 국가 중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동안 애플은 보안과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자사 NFC 비접촉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애플월렛를 제외한 타사 서비스는 차단해 왔다. 이 원칙을 번복하게 된 것은 유럽연합(EU), 미국 등 규제당국의 반독점 압박을 일부 수용하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경쟁 위원인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가 2024년 7월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애플 페이 반독점 경쟁 사건에 관한 기자 회견에 참석했다. 베스타게르 부회장이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애플의 애플 페이 운영 및 타사 지갑에 대한 접근 제공에 관한 약속을 수용했다. 이는 2020년에 시작된 애플에 대한 지속적인 반독점 조사의 결론을 의미한다. EPA=연합뉴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애플은 아이폰의 탭앤고 기술에 경쟁업체들의 접근을 허용하기로 약속했다. 접근 권한은 (경쟁업체에) 무료로 제공된다”고 밝혔다. EU집행위는 2020년부터 애플이 애플페이에만 탭앤고를 허용하는 데 대한 반독점법 조사를 이어왔다. 결국 애플이 지난 1월 경쟁사의 NFC 접근을 무료로 허용하겠다는 내용의 시정안을 발표하고, EU집행위가 지난달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번 약속으로 애플페이에 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종결한다”고 공표한 것.

올해 3월 빅테크의 폐쇄적인 플랫폼을 전면 개방하도록 한 EU 디지털시장법(DMA)이 시행되면서 애플은 연달아 개방 정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 8일엔 애플 앱스토어 내 인앱 결제를 강제하도록 한 내부 규정을 철회하고, EU 역내 개발자들이 앱 내에서 외부 플랫폼이나 웹사이트로 연결하는 ‘아웃링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3월부터는 이용자들이 앱스토어가 아닌 다른 앱마켓에서도 앱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애플의 개방 정책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애플은 EU 뿐 아니라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반독점 재판을 받고 있다. 최근 미 연방법원이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낸 반독점법 위반 소송 재판서 구글에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애플의 소송 전망도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앞서 미 법무부는 5년 간의 조사 끝에 지난 3월 16개 주 법무장관과 함께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뉴저지 연방법원에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애플이 자체 생태계 안에서만 앱 다운로드나 결제 등을 가능하게 하고 타사 기기와 호환은 제한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다”고 주장했다. 당시 애플은 “폐쇄적 생태계는 보안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