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장은 지방이잖아…수도권 식당 취업한 20대

본문

청년, 제조업 이탈 가속화

전북에서 판넬을 제조하는 A중소기업은 올해 초 신규 인력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를 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지원자가 ‘0명’이다. A사 관계자는 “전화 문의만 몇 번 왔다”며 “지방에 위치한 데다, 젊은 사람들이 제조업을 기피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A사는 당장 필요한 인력은 인근에 거주하는 50·60대 주민들로 채워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청년들의 제조업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제조업을 제치고 20대 취업자 수 1위를 기록한 업종은 숙박·음식점업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서비스업 분야 일자리가 늘어난 데다 고졸 취업 청년 감소, 지방·중소기업 일자리 기피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15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20대 숙박·음식점업 취업자 수는 59만8000명으로 1년 전(56만5000명)보다 약 5.8%(3만3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은 취업자 수가 56만 명에서 51만1000명으로 약 8.8%(5만 명) 줄었다. 이로써 숙박·음식점업과의 격차는 지난해 4700명에서 올해 8만7000명으로 크게 벌어졌다. 반대로 2015년엔 20대 제조업 취업자 수(64만4000명)가 숙박·음식점업(42만 명)보다 22만4000명이나 많았다.

제조업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14년부터 2022년까지(매년 6월 기준) 한 차례(2019년)를 제외하면 20대 취업자가 가장 많은 업종이었다. 하지만 한때 70만 명을 넘어섰던 관련 취업자 수는 현재 50만 명대 초반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해부턴 순위도 숙박·음식점업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코로나19로 줄었던 서비스업 시장 규모가 엔데믹 이후 확대된 여파로 풀이된다. 중소벤처기업부의 ‘2023년 창업기업동향’을 보면 지난해 숙박 및 음식점업 창업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반면 제조업 창업은 10.4% 줄었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최근 들어 음식점업은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점포들이 많이 생겨 일자리가 늘어난 반면 제조업은 코로나19 때 붐이 일었던 내구제(가구·인테리어 등) 수요가 줄며 관련 취업자가 줄었다”고 말했다.

20대 초반의 고졸 취업자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임 과장은 “예전엔 공고를 중심으로 고교 졸업자들이 제조업 분야로 많이 빠졌는데 요즘엔 바로 취업하기보다 학업을 이어가는 비율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고졸 청년(15~29세) 취업자는 전년 대비 5만3000명 감소한 168만7000명을 기록했다. 통계가 작성된 2014년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5만8000명)을 제외하면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청년의 지방·중소기업 일자리 기피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점이다. 제조업의 경우 대부분 지역에 위치해 정주 여건이 좋지 못하고 높은 업무 강도로 이른바 ‘3D 업종’으로 분류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소 제조업체의 경우 몸은 고되고 연봉은 낮기 때문에 차라리 수도권에 위치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점도 청년들이 숙박·음식점업 같은 단기 일자리를 선호하게 된 배경으로 지목된다.

일자리 질이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제조업은 숙련되면 평생 일할 수 있다. 하지만 숙박·음식점업은 기술이 필요 없는 단기 일자리가 많다”고 말했다. 20대 취업자의 종사상 지위를 봐도 임시·일용직 비율이 30.6%로 1년 전(28.8%)보다 증가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4,090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