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체육회, 해단식 일방취소 해놓고…“장소 때문” 거짓 해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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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한국 선수단 환영행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해 “선수들 잔칫상을 엎었다”는 비판을 받는 대한체육회가 이와 관련해 거짓 해명을 내놓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를 향한 이기흥 체육회장의 불만 표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체육회는 지난 13일 선수단 본진 귀국 직후 해단식을 겸한 환영행사를 인천공항에서 열 예정이었다. 행사 장소로 2터미널 입국장 인근 그레이트홀을 사전 공지했다. 취재진과 종목 단체 관계자, 먼저 귀국한 일부 선수 등이 관객석까지 마련된 그레이트홀에서 선수단을 기다렸다.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과 장미란 2차관도 현장에서 대기했다. 그런데 선수단과 함께 입국장에 들어선 이기흥 체육회장은 준비한 소감문만 낭독한 뒤 정강선 선수단장으로부터 태극기를 건네받아 흔들었다. 이어 체육회가 선수단 해산을 통보해 선수들은 환영이나 축하 인사도 받지 못한 채 흩어졌다.

이튿날(14일) 체육회는 A4 용지 3장짜리 해명서를 내놓았다. 체육회는 “당초 행사 장소를 인천공항 2터미널 1층 입국장으로 명기한 협조 공문을 공항공사에 보낸 바 있다”며 “최근 수년 동안 국제종합경기대회 귀국 관련 행사는 입국장에서 개최된 점을 고려한 것”이라 설명했다. 공지와 달리 그레이트홀을 이용하지 않은 데 대해 “(그레이트홀은) 인천공항에서 제안한 별도 행사 장소”라며 “장시간 비행, 항공 연착 및 수화물 수취 시간 소요 등으로 인한 선수단 피로 및 행사 장소 이동에 따른 혼잡, 안전 등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행사를 입국장에서 축소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명서처럼 당초 체육회는 해단식 장소로 입국장을 지정해 공항공사 측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공항공사 측이 혼잡 및 안전을 우려해 그레이트홀로 장소 변경을 제안했고, 체육회가 이를 수락했다. 선수단 도착 전 체육회는 그레이트홀에서 진행자 등과 리허설까지 했다. 체육회가 해명서에 첨부한 식순도 당일 그레이트홀에서 진행하기 위해 준비했던 것과 달랐다. 해명서 식순은 체육회장 소감 발표, 선수단장 답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당일 현장에서 체육회는 문체부 장관 환영사, 체육회장 답사, 선수단장 경과보고 등의 순서로 리허설했다. 입국장 행사가 최근 관례라는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올림픽 당시 체육회는 인천공항 1터미널 밀레니엄홀에서 성대한 환영행사와 해단식을 진행했다.

체육회 사정을 잘 아는 한 체육계 인사는 “이기흥 회장이 입국 직후 ‘그레이트홀에서 해단식이 열린다’는 보고를 받고 불같이 화를 낸 것으로 안다”며 “이 회장이 ‘해단식은 5분이면 충분하다. 짐도 많으니 그냥 입국장에서 끝내겠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유 장관과 장 차관이 미리 입국장으로 이동하지 않았다면 선수들 얼굴도 못 보고 돌아설 뻔했다”고 덧붙였다.

체육계는 이번 일이 “체육회가 문체부에 반기를 든 것이며, 해단식 해프닝은 일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문체부가 예산 배분 방식 변경, 단체장 임기 제한 등 체육회장 권한 축소로 이어질 일련의 개혁을 준비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이기흥 회장은 “(입국장 해단식은) 선수 피로와 안전을 생각해 내린 결정일 뿐, 문체부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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