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장갑차가 국경지대인 수미주에서 불타고 있는 차량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주(州)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계속된 공세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에 보냈던 병력 일부를 철수시키고 잔혹한 전투 방식으로 악명 높은 특수부대 체첸군 ‘아흐마트 여단’을 투입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인 남서부 벨고로드주에는 연방 차원의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벨고로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 기습을 단행한 쿠르스크와 인접한 곳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를 인용해 “쿠르스크를 급습한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물리치기 위해 러시아가 자포리자와 드니프로 등 우크라이나 남부에 배치했던 병력 일부를 빼내기 시작했다”며 “우크라이나의 움직임은 러시아의 전투 계획을 바꾸고 러시아가 우위를 점해왔던 전장에 새로운 전선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심복도 전장에 투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눈과 귀’로 불리며 개인 경호를 맡았던 알렉세이 듀민 국무원 서기가 우크라이나군의 쿠르스크 진격에 대응하기 위한 작전에 투입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는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일대 부대는 빼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갑대대 등 다른 전투부대의 이동도 관측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세르히 쿠잔 우크라이나 안보협력센터 의장은 NYT에 “러시아의 전략은 도네츠크 방면의 부대 동원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라며 “러시아는 올여름 공세 작전의 모든 성과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꺼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여러 방면에서 1~2㎞를 더 진격했고, 100명 넘는 러시아 군인을 생포했다고 밝혔다. 점령한 땅에 완충지대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쿠르스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방향으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통로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반면에 러시아는 자국 영토에 들어온 우크라이나군을 성공적으로 격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2일까지 러시아 영토에서 1000㎢, 이튿날 하루 동안 3㎞를 더 진격해 40㎢를 추가로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군이 40㎞ 전선에 걸쳐 영토 안 12㎞까지 진입한 정도라고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면적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AFP통신은 전날 미국 전쟁연구소(ISW) 자료를 분석한 결과 양측이 주장하는 넓이의 중간 정도인 약 800㎢를 우크라이나가 장악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