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22대 국회 첫 여당 원내사령탑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당내에선 “거야(巨野) 머릿수를 당해낼 순 없었지만, 내용적으론 잘 맞섰다”(영남 중진 의원)는 평가가 나왔다.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 원내대표는 지난 5월 9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8명 가운데 70명의 지지를 얻고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두터운 원내 지지에도 불구하고 ‘소수여당’이란 악조건 속에서 대야 투쟁을 시작했다

첫 번째 난관은 6월 전반기 원 구성 협상이었다. 추 원내대표는 처음엔 유화적 관계 구축을 위해 애썼다고 한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여야 ‘2+2’(양당 원내대표·수석부대표) 회동엔 양주를,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독대 자리엔 사케를 직접 가져갔을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170석의 민주당이 운영위·법제사법위 포함 11개 상임위원장직을 가져가겠다고 통보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민주당은 6월 10일 본회의에서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선출한 뒤 국민의힘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나머지 7개 상임위도 가져가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추 원내대표는 24일 여당 몫으로 남겨진 7개 상임위를 수용하면서 사의를 표하고 백령도 잠행을 떠났다. 이후 “거야의 횡포를 추 원내대표 탓할 순 없다”는 원내 여론 속에 재신임을 받아 닷새만인 29일 복귀했다.

사의를 표명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6월 26일 인천 옹진군 백령공항 부지 전망대를 찾아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 위기는 민주당이 7월 입법 독주를 본격화하면서 시작됐다. 민주당이 단독 강행한 ▶순직 해병 특검법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 등을 추 원내대표는 총 7차례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맞섰다.

이 과정에서 당내 일각에선 “어차피 민주당이 24시간마다 종결 표결하면 민주당은 매일 승리하지만 우리는 매번 패배한다”(중진 의원)이란 ‘필리버스터 무용론’도 분출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는 “우리가 국민께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려야 하고, 싸울 수 있는 건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의원단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 결과 6시간에 걸친 주진우 의원의 ‘순직 해병 특검법’ 반대 토론과 박수민 의원의 역대 최장 16시간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반대 토론 등이 화제를 모으며, 여론전에서 쏠쏠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의사 진행 방식에 대해 항의하고 있다.연합뉴스

다만 일각에선 야당과 협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개원 두 달을 훌쩍 넘긴 22대 국회에서 아직 여야 합의를 통해 통과된 법안은 없다. 정부가 제출한 197개 법률안도 법안 심사에 속도가 나지 않는다. 오는 28일 본회의 역시 비쟁점 법안을 처리하자는 양당 원내지도부 간 구두 합의만 이뤄졌을 뿐 아무 진척이 없다. 추 원내대표가 지난 7월 건넨 ‘8월 임시국회 정쟁 휴전’ 제안은 전현희 민주당 의원의 “살인자” 발언으로 휴짓조각이 됐다. 익명을 원한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몰아붙이는 대로 끌려가고 있을 뿐 원내지도부 차원의 전략은 보이질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동훈 대표와의 관계 설정도 추 원내대표의 과제다. 최근 두 사람은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교체 논란에 이어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대해서도 입장차를 보였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순직 해병 특검법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만큼 투톱이 어떤 관계를 이어갈지에 따라 국민의힘의 단일대오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