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20대 대기업 '곳간' 상반기 12조 증가…R&D·시설투자 늘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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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상위 20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늘었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에서 본 테헤란로 빌딩

매출 상위 20대 대기업들의 곳간이 넉넉해졌다. 당장 쓸 수 있는 ‘실탄’ 격인 현금성 자산이 올 상반기에만 12조원가량 증가했다. 반도체 업황 반등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실적이 좋아진 데다, 미래를 위해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려는 추세도 강해진 영향이다.

15일 중앙일보가 지난해 매출 상위 20대 기업(금융사·공기업 제외)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총합은 217조597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205조3894억원)과 비교해 반년 만에 12조원2076억원이 증가한 것이다.

곳간 채워가는 기업들

현금성 자산 1위는 매출 1위 삼성전자로, 100조7658억원을 보유했다. 삼성전자의 현금 보유액은 2021년 말 120조원 이상을 찍다가 지난해 말 91조771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100조원대를 회복했다. 그 다음으로는 현대자동차(25조1895억원)와 기아(16조9464억원), 현대모비스(9조5886억원) 등 현대차그룹 주요 3사가 총 51조7245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이어서 LG전자(8조5545억원), SK하이닉스(8조5247억원) 순이다.

반년새 현금성 자산 증가율이 많이 뛴 기업은 LG유플러스다. 5596억원에서 1조480억원으로 87.3% 증가했다. 이 회사는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 및 차입금 상환 자금을 미리 확보해 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현대글로비스(24.7%), 이마트(14%), 삼성SDI(12.1%), 롯데케미칼(10.2%)가 상반기에 10% 이상 씩 실탄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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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현금 보유액이 줄어든 기업도 있다. 현대차 1조3171억원, LG화학 1조9174억원, LG디스플레이 1조 1893억원, 현대건설 1조5402억원씩 조 단위로 줄었다.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현대건설, 에쓰오일은 30% 이상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김경준 CEO스코어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현금 보유 비중을 줄이지 않고 있었는데, 올해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전날까지 반기보고서를 제출한 334곳을 대상으로 2분기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총합은 59조3911억원으로, 전년 동기(28조6836억원) 대비 107.1% 증가했다.

R&D·설비투자액도 증가세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은 최근 1년간 오르락내리락 했다. 코로나19 기간에 쌓아뒀던 현금을 지난해 실적 부진 영향으로 소진했다가, 올해 실적이 반등하자 다시 곳간을 채웠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때는 재무적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 놓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상반기에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신규 투자처를 찾으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액과 시설·설비 투자액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20대 대기업이 올해 상반기까지 R&D에 투자한 금액은 30조8567억원으로, 이들 기업의 지난해 연간 총 투자액(52조5567억원)의 60%가량을 상반기에 이미 지출했다. 지난해보다 R&D 투자비를 줄인 곳은 20대 기업 중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3곳뿐이었다.

20대 기업의 상반기 시설투자액 역시 54조 8658억원으로 지난 한 해 투자액(103조2781억원) 절반을 상회한다. 시설투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삼성전자로, 상반기에 23조4084억원을 썼다. 삼성의 시설투자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53조1139억원)보다는 줄었지만 다수의 기업들이 상반기에 투자를 늘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삼성물산, LG디스플레이는 현금성 자산이 줄었음에도 시설투자는 늘렸다.

실탄이 마련된 만큼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더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기용 교수는 “현금을 쌓아두는 것 자체가 경영의 목표가 아니며 기업은 결국 이익을 내야 한다”라며 “그동안에는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안정되지 못했고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지 못해 선뜻 투자하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생산시설 확대뿐 아니라 기술력 확보 위해 활발히 투자해야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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