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75세 이상 중 면허반납 7.3%뿐…부산·인천·서울 순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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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일 도로교통공단 대전운전면허시험장에서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교통안전 의무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100만명이 넘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중 정부의 권장대로 운전면허를 반납한 운전자 비율은 7.3%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산·인천·서울 등의 반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세종·충남·경북·전남 등은 낮았다.

15일 중앙일보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찰청에서 입수한 ‘연령별 면허소지자 및 반납자 현황 자료’를 분석해보니, 지난해 국내 75세 이상 운전자 100만906명 중 7.33%인 7만3409명이 운전면허를 반납했다. 2018년 75세 이상의 면허 반납률 1.04%(7895명)보다 반납률은 7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한 자릿수다. 65세 이상 운전자의 면허 반납률은 지난해 2.48%로, 2018년(0.39%)보다 6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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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고령사회인 한국은 운전자의 고령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는 3443만6680명으로 2018년(3216만1081명)보다 7%가량 늘었는데, 같은 기간 75세 이상은 75만5990명→100만906명으로 32.4%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고령자의 교통사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75세 이상 교통사고는 2018년 7156건에서 지난해 9297건으로 2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사고 건수는 8.6% 감소했다.

고령 운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75세 이상 운전자에 대해 기존 10년이던 운전면허 적성검사 주기를 3년으로 줄였다. 또 고령 운전자는 의무교육을 받고 치매 검사 결과 ‘문제없다’는 결과지도 제출해야 면허를 갱신할 수 있다. 65~74세 운전자는 적성검사를 5년마다 받아야 한다(65세 미만은 10년). 인지능력 저하 등으로 75세 이상 운전자의 사고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반영했다.

지역별 반납률 보니 

현재 고령운전자의 면허 반납 제도는 지자체별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지역별 75세 이상 면허소지자의 반납률을 살펴보니, 대체 교통수단이 많거나 면허 반납시 인센티브가 좋은 대도시 고령자들이 상대적으로 면허 반납에 더 적극적이었다. 부산은 반납률(10.6%, 반납자 5941명)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부산에선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대형 사고가 수차례 일어나자 2018년 7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를 도입했다.

부산은 65세 이상 운전면허소지자가 면허를 반납할 경우 10만원 상당의 ‘어르신 교통사랑카드’를 1회 제공하고, 이 카드는 의료기관·음식점·목욕탕 등 2100여개 가맹점에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기장군은 10만원 상당의 전통시장 상품권을 지급하는 등 기초자치단체(군·구)별 추가 유인책을 두고 있다. 이밖에 대도시인 인천(9.4%), 서울(8.9%), 대전(8.2%) 등도 운전면허 반납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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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오전 인천 남동구 도로교통공단 인천운전면허시험장에서 어르신들이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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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반면 반납률이 가장 낮은 지자체는 세종(3.9%, 178명)으로 나타났다. 행정 도시 특성상 고령 운전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영향으로 보인다. 충남(5.2%), 경북·전남(5.3%), 경남(5.8%), 제주(5.9%) 등은 5%대에 그쳤다.

지자체별로 고령 운전자 반납 독려 기준과 인센티브 수준이 달랐다. 서울·대전·인천 등은 70세 이상 면허 반납자에게, 부산·경기·강원 등은 65세 이상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특히 지방 소도시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거나, 면허 반납에 따른 큰 이점이 없어 반납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고령 운전자의 운전 능력에 따라 야간 운전 제한, 고속도로 운전 금지, 운전 거리 제한 등 조건부 면허를 발급한다. 네덜란드·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는 고령 운전자의 면허갱신·건강검진 기간을 단축했다. 일본은 운전면허 반납 고령 운전자에게 물품 배송비 지원, 예금 금리 우대, 병원·관광비용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

“고령자 이동권·기술 지원부터” 

전문가들은 고령자에게 운전 면허 반납을 강요하기 보다는 ‘굳이 운전할 필요가 없다’는 공감대가 생길 정도로 고령자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은 60대 이후에도 일하는 노인이 많은 나라이므로, 고령자가 운전면허를 반납해도 생계나 일상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고령 운전자를 위한 기술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고령 운전자의 80%가 ‘가속페달 오조작 방지’기능을 장착하는데, 고령 운전자 사고가 40%가량 감소했을 정도로 효과가 좋다”며 “고령운전자는 차량에 이런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정부가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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