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21세기자본' 토마 피케티 "인류진보는 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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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짧은 역사
토마 피케티 지음
전미연 옮김
그러나

1820년 26세였던 전 세계 평균 출생 시 기대 수명은 200년 후인 2020년에 72세로 늘어났다. 두 세기 전만 해도 50~60세까지 살기를 기대할 수 있는 인구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때는 특권이었던 것이 지금은 표준이 됐다. 15세 이상 세계 인구의 문해율은 19세기 초에 겨우 10%였던 것이 현재는 85% 이상으로 증가했다.

자본주의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에 관해 분석한 『21세기 자본』의 저자 토마 피케티도 신간 『평등의 짧은 역사』에서 “인류의 진보는 기정사실”이라고 인정한다. 1780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상 대부분의 지역과 사회에서 의료, 교육뿐 아니라 지위와 소유, 소득, 분배, 참정권, 젠더, 인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불평등과 차별이 대폭 해소됐다는 점을 수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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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 피케티. 올해 6월 프랑스 파리 인근 몽트뢰유의 장 조레스 광장에서 연설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하지만 피케티는 “내가 평등을 향한 흐름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것은 절대로 우쭐대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단단한 역사적 기반 위에서 평등을 향한 투쟁을 계속하자고 말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정색하면서 주장한다.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장기적인 흐름의 규모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불평등이 여러 층위에서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수준으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단호하게 지적한다.

피케티는 그동안 각 1000쪽에 달하는 세 권의 책(『20세기 프랑스 상위 소득』 『21세기 자본』 『자본과 이데올로기』)을 통해 방대한 분량의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논리의 치밀함과 설득력, 통찰력 등으로 중무장한 중요한 책들이지만 다만 한 가지, 너무  내용이 많고 심도가 깊어서 일반 독자들이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었다. 『평등의 짧은 역사』는 그 내용을 최대한 요약하고 연구의 핵심적 성과를 종합한 책이다. 게다가 그동안 피케티가 촉발한 다양한 논의들을 되짚어보고 동시에 불평등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200년 동안의 엄청난 평등성 진화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사는 현실 사회에는 여전히 너무나 큰 불평등이 존재한다고 피케티는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조목조목 지적한다. 비약적인 발전의 대표적 예로 든 의료, 교육 분야의 경우에도 다른 차원에서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은이는 한 국가 안에서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불평등과 차이에 대해서도 글로벌 차원에서 주목한다. 빈곤국을 착취했던 과거의 노예제와 식민주의는 겉으로는 사라졌지만 그 자리에는 더욱 선명한 신식민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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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화학 대기업 BASF를 소유한 가족의 상속자인 오스트리아 여성 마를렌 엥겔호른이 올초 스위스 다보스 포럼 행사장 인근에서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피케티가 제시하는 진정한 대안은 민주적으로 분권화되고 참여적∙연방제적∙환경적∙다문화적인 사회주의다. 이는 사회적 국가와 누진제의 확대, 기업 내 권력 분유, 포스트식민주의 배상, 차별 철폐, 교육 평등, 개인 탄소 카드 도입, 점진적인 경제의 탈상품화, 고용 보장, 모두를 위한 상속, 화폐적 불평등의 대폭 축소 그리고 금권의 영향에서 벗어난 선거와 미디어 시스템의 기반 위에서 작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민주적 사회주의야말로 사실상 18세기 말부터 시작된 평등을 향한 긴 여정의 논리적 귀결이라고 확신한다.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장단점을 비교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서구 선진국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하이퍼자본주의 모델만 계속 고수하려 든다면 중국식 사회주의는 국가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단점은 있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어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피케티가 단순하게 독자들에게 불평등 데이터를 보여 주는 데서 만족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은 그가 평등 확대를 현장에서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열망을 가득 담은 이론서이자 실천적 출사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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