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빅5 손보사 상반기 최대 순익…실적 부풀리기 논란도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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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손해보험사가 올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했다. 장기 보장성 보험 등에서 실적을 끌어올린 영향이다. 다만 새 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5개 손해보험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상반기 합산 당기 순이익(별도 기준)은 4조82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9540억원) 대비 22% 증가한 수치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각각 1조2772억원‧1조124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3% 늘어난 수치다. 메리츠화재도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979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조원에 다가섰다. 순이익 증가 폭이 가장 큰 손보사는 현대해상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 급증한 8330억원을 달성했다. KB손해보험은 8% 늘어난 5462억원을 기록했다.

손보사들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던 올 1분기(1~3월)에 이어 2분기(4~6월)에도 호실적을 이어갔다. 업계에선 손보사가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상반기 5대 손보사의 장기인보험(암보험‧치매보험‧건강보험 등) 신계약 매출액은 35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넘게 늘었다.

장기 보장성 보험은 보험사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ontract Service Margin·CSM) 확보에 유리하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계약을 통해 미래에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을 현재 가치로 추산한 값이다. 지난해 새 회계기준인 ‘IRFS17’이 도입되면서 핵심 수익성 지표로 떠올랐다. 회계상 CSM은 부채로 인식했다가 계약 기간이 지날수록 일정 비율을 상각해 보험수익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장기 보장성 보험이 CSM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다.

무해지‧저해지 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도 실적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무‧저해지 상품은 납입 기간 내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보험료가 저렴해 판매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회계 측면에선 ‘실적 부풀리기’ 논란의 중심에 있다. 무‧저해지 상품에 대해 보험사가 자의적으로 예상 해지율을 높게 가정할 경우에는, 보험사가 추후 지급할 보험금 추정액이 낮아져 CSM이나 순이익이 높게 계상될 수 있어서다. 미래 발생할 수익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추정해 현재 이익에 미리 반영하는 게 가능하다는 의미다.

금융당국도 이런 논란을 인지하고, 회계제도 개선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달 보험개혁회의에서 "연말까지 매월 회의를 개최해 판매채널, 회계제도, 상품구조 등의 종합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최근 국민의 관심이 높은 실손보험과 IFRS17 쟁점 사항의 경우 가급적 연말 전에 빠르게 개선방안을 도출·확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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