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서울 최장 열대야 기록…"한강 치맥도 옛말, 더워서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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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밤 11시 30분 망원한강공원 보트 선착장의 모습. 정은혜 기자

광복절인 지난 15일 밤 11시 30분, 망원한강공원의 보트 선착장엔 인적이 드물었다. 예년 여름엔 한낮의 더위를 식히려 사람들이 북적이던 곳이다.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50대 A씨는 “밤에도 너무 더워서 그런지, 올해는 이 시간에 한강공원에서 치맥 등으로 피서를 하는 사람이 지난해의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공원의 기온은 29도. 취재 10분 만에 기자의 온몸에 땀이 맺혔다.

기상기록 118년째에 최장 열대야 신기록 속출

서울의 여름밤이 연일 ‘새역사’를 쓰고 있다. 15일 밤엔 근대적 기상기록이 시작된 1907년 이후 열대야가 가장 길게 이어진 기록이 작성됐다. 서울은 지난 7월 21일부터 8월 15일 밤까지 26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났다. 이는 최악의 폭염이 닥친 2018년의 26일 기록과 동률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16일 “최근 기록을 상위에 두는 원칙에 따라 15일 기록이 새로운 기록으로 인정되고, 16일엔 27일 연속 열대야 신기록이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의 27일 연속 열대야는 근대 기상기록 118년째에 처음 도달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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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열대야는 야간의 최저 기온이 25°C 이상인 밤을 말한다. 앞서 부산에서도 15일 밤 22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하며 역대 최장 기록(종전 기록 2018년 21일)을 경신했다. 인천도 이틀만 더 열대야가 나타나면 2018년의 종전 기록(26일)을 갈아치우게 된다.

역대 최장 열대야 기록 경신은 전국에서 속출했다. 강릉은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7일까지 20일 연속 열대야가 나타나며 2013년의 16일 기록을 깨고 역대 1위에 등극했다. 이천, 충주, 전주, 해남, 봉화, 거제 등 전국 총 25개 시군이 올해 가장 긴 열대야를 겪은 것으로 기록됐다.

열대야 심한 올해 “다음 주까지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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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이어진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여름밤 무더위를 식히고 있다. 뉴스1

기상청은 역대 최장 열대야의 원인으로 밤마다 한반도에 불어 들어오는 따뜻한 바람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열대야는 낮 동안 폭염으로 인한 복사열이 밤에 충분히 식지 못하면서 나타났지만, 올해는 복사열에 더해 7월부터 밤마다 따뜻한 남풍이 불어 들어오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지난달에는 저기압의 한반도 유입이 잦아진 영향으로, 이달 들어서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밤마다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 들어오고 있다. 이번 주에는 동해안에서 불어온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기온이 높아져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쪽 지역의 밤 기온을 더 올렸다. 15일 밤 서울에서는 금천과 용산, 한강 지점에서 최저 기온이 28도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주위의 기압계 변동 조짐이 보이지 않아 다음 주까지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19~20일 사이 비 예보가 있지만, 따뜻한 남풍을 동반할 전망이어서 밤까지 이어지는 무더위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하루라도 열대야가 나타나지 않으면 연속 열대야 기록은 멈추게 되지만, 비로 인해 밤 기온이 충분히 내려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당분간은 밤낮으로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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