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물가 해법 180도…해리스 "대기업 폭리 규제" 트럼프 "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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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16일(현지시간) ‘기회의 경제’라는 이름의 경제 구상을 발표했다. 세제 혜택을 비롯해 식료품ㆍ약값ㆍ집값을 잡아 중산층 삶의 경제적 안정을 이루겠다는 내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즉각 “사회주의적 정책”이라고 맹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 대결이 본격화한 양상이다. 양측은 고물가 해법이나 세제 등 주요 경제정책 방향이 180도 다르다.

고물가 해법 등 경제정책 방향 ‘극과 극’

생활물가가 높아 미국 가계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진단은 양측이 똑같지만 이에 대한 처방은 대조적이다. 해리스는 16일 ‘취임 100일 경제 구상’을 공개하면서 “나는 최초로 식료품 바가지 가격을 연방 차원에서 금지할 것이다. 대기업이 소비자들을 불공정하게 착취해 폭리를 취할 경우 새로운 규제를 가할 것”이라고 했다.

관련 규정을 어기는 기업에 대한 수사ㆍ처벌 권한을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주(州) 법무장관에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때리기’를 통한 장바구니 물가 안정화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반면 트럼프의 인플레이션 해법은 에너지 가격 인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미국의 석유와 가스 개발을 더욱 확대해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비용을 절반 이상 낮추겠다고 공언해 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역점 사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기반이 된 친환경 산업 정책 노선 철회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면 주택가격을 내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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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미국 캘리포니아 포스터시 한 마트에서 손님들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신화=연합통신

경제정책 목표…“중산층 안정”vs“경제 성장”

해리스와 트럼프의 경제정책 타깃도 대척점에 있다. 해리스의 경제정책 목표는 중산층과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중산층 가정의 자녀세금 공제를 1명당 현행 2000달러(약 270만원)에서 3600달러(약 487만원)로 늘리고 첫 주택 구매자를 위해 계약금 용도로 2만5000달러(약 340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공약 등이 대표적이다. 연간 소득 40만 달러(약 5억4000만원) 미만 가정에는 세금을 올리지 않는 대신 법인세율은 현행 21%에서 28%로 올려 세수 부족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반면 트럼프의 목표는 기업 감세 및 규제 완화를 통해 '파이'(경제 성장)를 키운다는 데 맞춰져 있다. 시장 자율성을 중시하는 기조에 따라 정부 가격 통제에도 부정적이다. 중산층 가구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25년 종료되는 개인소득세 감면 시한(최고 세율 39.6%→37%)을 연장하는 대신 외국 수입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해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이날 트럼프의 보편 관세 정책이 수입 생필품 가격을 올려 오히려 중산층 삶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해리스는 “트럼프는 중산층을 망치고 노동자를 벌주려 한다”며 “대기업과 억만장자를 위해서만 감세를 계획하는 트럼프는 억만장자와 대기업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트럼프 선대위 브라이언 휴는 해리스의 대기업 가격 담합 통제 정책 등을 두고 “역사적으로 가장 사회주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델에 필적하는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나 쿠바에서나 할 법한 정책을 시행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포퓰리즘성 공약 남발’ 우려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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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네바다주에서 ‘팁에 대한 면세(No tax on tips)’ 공약을 나란히 발표했다. 사진은 뉴욕의 한 식당에 설치된 팁 박스에 손님들이 팁으로 건넨 달러 지폐가 들어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양측의 경제정책 방향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지만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한 포퓰리즘성 공약이 적지 않다는 점은 똑같다. 미국의 국가부채가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35조 달러(약 4경7400조원)를 넘어선 상황에서 뚜렷한 재원 대책 없는 선심성 공약과 세금 감면 혜택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최근 스윙스테이트(경합주) 가운데 한 곳인 네바다주에서 ‘팁에 대한 면세(No tax on tips)’ 공약을 나란히 발표했다. 요식업 노조 등의 요구사항인데, 트럼프가 제시한 면세 공약을 따를 경우 향후 10년간 2500억달러(약 341조원) 정도가, 해리스가 제시한 면세 방식을 따를 경우 그 절반 정도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함께 해리스는 미국인 수백만 명의 의료채무를 탕감하고 중산층 가족이 신생아를 낳을 경우 그해 6000달러(약 810만원)의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트럼프는 사회보장기금에 대한 과세를 완전히 종료하는 공약을 냈다. 이 공약에는 1조8000억달러(약 2460조원)의 재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해리스와 트럼프가 앞다퉈 내놓은 이같은 선심성 공약의 실현 가능성 및 정부 재정에 미칠 영향을 놓고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 ‘책임있는연방재정위원회(CRFB)’는 “트럼프의 제안대로 사회보장기금 세금을 없애면 이를 정부 재정으로 메우는 과정에서 정부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1조6000억달러(약 2167조원) 급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CRFB는 해리스의 각종 소득공제 및 주택 지원금이 현실화할 경우에는 미 재정적자가 10년간 1조7000억달러(약 2300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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