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태지 '하여가'로 게임 끝&#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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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토리'는 1999년 세기말, 남쪽 끝 거제의 교내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오직 춤을 추기 위해 결성한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와 함께 춤과 음악으로 뜨거운 응원전을 펼치는 이야기다. 사진 마인드마크

H.O.T.와 젝스키스 등 1세대 아이돌은 물론 서태지‧듀스‧디바 등 1990년대 말을 풍미한 가수들의 명곡이 국내 최초 고교 치어리딩팀 탄생기와 함께 돌아왔다.
14일 개봉한 영화 ‘빅토리’(감독 박범수)는 최근 Z세대 문화를 점령한 Y2K 감성을 담아낸 작품. 걸그룹 뉴진스도 즐겨 입는 통 넓은 패션, 딱풀로 이마에 붙여 넘긴 브릿지 염색 머리도 당시의 명곡들과 함께 돌아왔다. 때는 1999년, 거제상고 힙합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만년 꼴등 축구팀을 부활시킬 9인조 응원단 ‘밀레니엄 걸즈’를 결성한다. 1984년 거제고에서 결성한 국내 최초 치어리딩팀 실화를 시대 배경을 바꿔 영화화했다.

14일 개봉 영화 '빅토리' #여고생 치어리딩팀 탄생기 #서태지·듀스 등 Y2K 복고 감성 #이혜리 "안 겪은 시절인데 그리워"

추억곡 호평 "오프닝 '하여가'에 게임 끝"

Y2K는 년도(Y) 앞자리가 숫자 ‘2’로 바뀌는 새천년(K)엔 세상이 끝날지 모른다는 종말론의 혼란 속에 인터넷이 등장하고 자유분방한 문화가 공존했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를 말한다. 이 시기를 재조명한 드라마로는 지난 4월 방영한 tvN ‘선재 업고 튀어’, ‘스물다섯 스물하나’(2022) 등이 인기를 끌었지만, 영화는 큰 재미를 못 봤다. 1999년 배경 동명 영화의 리메이크작 ‘동감’(2022)이 관객 49만명에 그쳤다.
‘빅토리’는 요즘 1020세대 사이에서 핫하게 소비되고 있는 Y2K 음악‧춤‧패션에 꿈을 향한 열정과 우정, ‘1등이 아니어도 된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경쾌하게 버무려냈다. 첫 장면부터 ‘춤생춤사’ 필선과 미나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에 맞춰 펌프(오락실 댄스게임)를 추는 걸로 시작한다. 멀티플렉스 예매 관람평도 “오프닝 ‘하여가’에서 게임 끝” “특히 김동률이 작곡한 ‘쇼’(노래 김원준)♡” 등 그 시절 명곡에 대한 호응이 많다.

"희화화 90년대, 서태지·디바·듀스 자랑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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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토리'에서 필선과 미나가 서태지와 아이들 '하여가'에 맞춰 펌프를 추는 첫 장면이다. 사진 마인드마크

로맨틱 코미디 영화 ‘싱글 인 서울’(2023)에 이어 메가폰을 잡은 박범수(46) 감독은 개봉 전 언론 인터뷰에서 “1980~90년대가 드라마‧예능에서 희화화되는 경우가 많아 (그 시대 청춘을 보낸 사람으로서) 아쉬웠다”면서 “우리 때 서태지‧디바‧듀스가 있었다. 멋있고 좋은 문화가 많았다고 자랑하고 싶은 욕심에 1999년을 배경으로 했다”고 말했다.
‘하여가’ ‘쇼’를 비롯해 디바의 ‘왜 불러’, 듀스 ‘나를 돌아봐’, 조성모 ‘아시나요’, 터보 ‘트위스트 킹’, 지니 ‘뭐야 이건’, NRG ‘할 수 있어’ 등 박 감독이 “요즘 시대에 바치는 응원가”의 의미를 담아 직접 선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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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토리'에는 CD플레이어, 유행 가요 모음 카세트테이프 등 추억의 소품들이 등장한다. 사진 마인드마크

컴퓨터로 믹싱한 음악을 공 CD에 담고, 인기 가수 노래를 모은 카세트테이프, CD플레이어를 즐겨 듣는 모습도 향수를 자극한다. 지금은 보기 힘든 플립형 휴대전화, 삐삐(무선호출기), 가상 반려동물을 키우는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기 다마고치도 등장한다. 캠코더로 찍은 화면 등 과거 느낌이 필요한 장면에는 빈티지 렌즈를 이용해 옛 필름처럼 빛바랜 아날로그 필터 효과를 냈다.

94년생 혜리 "안 겪은 시절인데 그리워"

1999년 거제도 풍광을 완성하기 위해 거제도 뿐 아니라 군산의 폐교, 부안의 고등학교 방송실, 순천 벚꽃길, 고성의 대형 경기장, 목포 조선소 등 다양한 로케이션을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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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토리'는 1999년 Y2K 패션이 다채롭게 등장한다. (왼쪽부터)거제상고 치어리딩팀 '밀레니엄 걸즈' 멤버 이한주, 권유나, 백하이, 조아람, 이혜리, 박세완, 최지수, 염지영, 박효은. 사진 마인드마크

‘응답하라 1988’(tvN, 2015)의 덕선에 이어 또 다시 복고를 택한 이혜리(30)는 개봉 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의 시점인 1999년은 제가 아주 어렸을 때인데도 너무 유명해서 익숙한 노래가 많았다"며 "한번쯤 돌아가고 싶은 시절이랄까, 실제 경험했던 일처럼 기억조작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태어나기 전인 Y2K가 그립다”는 요즘 세대의 복고 트렌드가 읽히는 대목이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인 이혜리는 가수 시절 경험이 없던 힙합도 맹연습해 직접 소화했다. 필선의 의상은 당시 힙합 패션에 따라 2XL 사이즈 청바지와 벨트, 레이어드 헤어스타일을 택했다.

순수 경쾌한 Y2K 판타지 "각자 인생의 승리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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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토리'의 박범수 감독은 키어스틴 던스트가 주연을 맡아 미국 고교 치어리딩팀의 화려한 응원전과 우정 그린 하이틴 코미디 ‘브링 잇 온’(2000)이 이번 영화 참고 작품이었다고 말한다. "응원한다, 내를, 그리고 느그를" 하는 대사처럼 '빅토리'는 10대 청춘들이 서로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두드러진다. 사진 마인드마크

디즈니+ 드라마 ‘무빙’(2023)에 이어 여주인공 필선을 짝사랑하는 축구부 골키퍼로 분한 이정하, 영화 ‘육사오’(2022)로 주목받은 박세완,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2023)의 조아람 등 신예들이 고른 활약을 보인다.
꿈을 위해 단합하는 치어리딩팀의 풋풋한 우정, 성장담이 진학·취업에 대한 고민, 학교 폭력 등으로 얼룩진 요즘 10대 현실에선 판타지처럼 느껴진다. 순수했던 추억만 남긴 듯한 향수 어린 영상이 Y2K 복고의 날개를 달고 트렌디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에 대해 "개개인의 의미 있는 승리가 모여 나아가는 이야기"라고 밝힌 이혜리는 “영화의 배경인 1990년대는 실제로 이웃끼리 돕고 나누는 정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경기도 광주의 작은 마을에 살았는데, 집에 컴퓨터가 없어서 동생 친구 집에 가서 테트리스 게임을 하곤 했어요. 요즘 제 조카나, 어린 친구들은 각자 휴대전화로 유튜브만 보는데, 친구 집에 방문해 함께 놀던 그 시절 동네 문화를 경험하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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