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반도 여름 태풍이 사라졌다…강한 폭염에 밀려 비만 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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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폐장하는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막바지 피서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태풍이 강한 폭염의 기세에 밀려 단 한 개도 한반도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 북상 중인 제17호 열대저압부는 태풍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19일부터 남부에 많은 비를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전국 대부분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수도권을 중심으로 체감 38도에 이르는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3시를 기준으로 최고 체감온도는 경기 용인시 이동읍 묵리가 38도, 안성시 고삼면이 37.9도를 기록했다. 서울 마포구도 체감온도가 36.1도까지 올랐다.

간밤에는 전국적으로 열대야(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가 나타났다. 서울은 이날 밤 최저기온 27도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장 열대야 신기록을 28일로 늘렸다. 부산은 24일째, 제주는 34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올여름 영향 태풍 ‘0’ 왜?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 기록도 예년 수준을 훌쩍 뛰어넘었다. 17일 기준 전국의 평균 폭염일수(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는 18.9일로 평년(9.5일)의 두 배, 열대야일수는 15.9일로 평년(5.7일)의 세배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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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반면 태풍은 올여름 한반도에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태풍의 영향이 가장 큰 시기인 8월에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상공을 덮고 있으면서 폭염을 일으키는 두 고기압(티베트고기압·북태평양고기압) 탓이다.

기상청의 태풍발생현황 통계를 보면 올여름에 총 6개의 태풍이 발생했지만, 국내에 영향을 미친 건 한 개도 없었다. 제7호 태풍 ‘암필(AMPIL)’을 포함해 이달에 발생한 4개의 태풍도 고기압 세력에 밀려 일본 동쪽으로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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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 위성으로 본 제7호 태풍 암필의 눈. European Union, Copernicus Sentinel-X imagery 제공

열대저압부 북상…태풍 발달 못하고 비 뿌릴 듯

폭염의 강도는 20일까지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은 20일에 한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앞으로 폭염의 가장 큰 변수는 17일에 발생해 북상 중인 ‘제17호 열대저압부(TD)’다. 열대저압부는 태풍과 같은 열대저기압 중 하나로 중심 최대풍속이 초속 17m 미만인 경우다. 최대풍속이 17㎧ 이상이면 태풍으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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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히마와리 위성으로 본 한반도 주변 태풍의 모습. 7호 태풍 암필이 일본 동쪽 해상으로 빠져나간 가운데, 한반도 남쪽에서 열대저압부가 북상하고 있다. RAMMB/CIRA/CSU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한반도로 접근하는 이 열대저압부가 태풍으로 발달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티베트고기압이 여전히 대기 상층을 덮고 있기 때문이다. 송수환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우리나라 대기 상층에 고기압이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어서 상층의 지원을 받지 못해 태풍으로 발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열대저압부의 영향으로 19~20일에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경상권은 30~80㎜, 제주는 최대 100㎜ 이상의 많은 비가 예상된다. 서울 등 수도권에는 5~20㎜의 비가 예보됐다. 이어 21~22일에도 중국에서 동진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 또 한차례 많은 비가 내릴 전망이다.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가면서 폭염 특보가 완화될 수 있다. 하지만, 특보가 해제될 만큼 폭염의 기세가 꺾일 가능성은 작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열대저압부와 함께 남쪽에서 고온다습한 열기가 유입되고, 낮 동안 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푹푹 찌는 밤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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