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삼성의 ‘2위 질주’ 이끄는 공수주 만점 캡틴 구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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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구자욱이 18일 창원 NC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창원=고봉준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5강권으로 분류되지 못했다. 최근 2년간 7위와 8위로 하위권을 전전했고,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도 불펜진만 조금 보강했을 뿐 선발진과 타선의 힘은 여전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전문가들의 이러한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고 있다. 전반기를 4위로 끝내더니 후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19일까지 2위(117경기 63승2무52패)를 달리는 중이다. 단독선두 KIA 타이거즈와는 격차가 5.5경기로 거리가 조금 멀지만, 3위 LG 트윈스와는 1.5경기, 4위 두산 베어스와는 3경기로 리드를 차차 벌리고 있다.

삼성의 가파른 오름세는 지난 18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잘 드러났다. 선발투수 백정현이 7이닝 6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김지찬이 4타수 2안타 3득점, 강민호가 5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면서 5-3으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이번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약 5년 만의 NC전 스윕을 기록했다. 또, KIA와의 홈 3연전을 모두 내준 LG를 3위로 끌어내리고 2위로 올라섰다.

그러나 싹쓸이 승리의 숨은 공신은 따로 있었다. 바로 ‘캡틴’ 구자욱이다. 마지막 3차전 3타수 2안타 3타점을 포함해 3연전 동안 11타수 6안타 1홈런 5타점 2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경기 후 만난 구자욱은 “오늘 꼭 이겨서 이번 3연전을 스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백)정현이 형이 정말 잘 던져줬고, (강)민호 형이 포수로서 희생하는 플레이를 해주면서 이길 수 있었다”고 공을 선배들에게 돌렸다. 이어 “나 역시 삼성의 테이블 세터와 중심타선이 강해졌다고 느낀다. 상대편이 부담을 가질 정도라고 본다. 그런 점이 상승세로 연결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이날 1회초 공격부터 상대 마운드를 흔들었다. 선두타자 김지찬의 볼넷과 류지혁의 기습번트로 만든 무사 1, 2루. 찬스를 맞은 구자욱은 NC 선발투수 이재학의 초구를 희생번트로 연결했다. 벤치의 지시는 아니었다. 개인의 상황 판단이 작용했다. 구자욱은 “NC가 연패 중이라 선취점이 중요하다고 봤다. 1점이라도 먼저 뽑는다면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사실 박진만 감독님께선 내가 번트를 대서 크게 아쉬워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복기했다.

구자욱의 희생정신은 귀중한 선취점으로 연결됐다. 1사 2, 3루에서 강민호가 유격수 땅볼을 때려 3루 주자 김지찬이 홈을 밟았다. 이후 구자욱은 5회 2사 1, 3루에서 1타점 중전안타를 추가한 뒤 9회 2사 만루에서 2타점 좌전안타를 터뜨려 5-3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좌익수 수비에서도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3회 NC 선두타자 김휘집의 좌월 안타를 신속하게 바운드 처리해 2루로 뿌려 김휘집을 베이스에서 잡아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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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일 오후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3회말 1사 1,2루 상황 삼성 5번타자 맥키넌이 삼진 아웃을 당하는 사이 3루주자 구자욱이 주루방해로 홈을 밟으며 1점을 추가한 뒤 축하를 받고 있다. 2024.7.2/뉴스1

구자욱은 “이진영 타격코치님께서 상황마다 내게 조언을 해주셨다. 투수가 바뀔 때마다 타석 위치를 어떻게 옮길지 상의했다. 또, 전력분석팀과는 노림수를 연구하면서 좋은 결과를 내려고 했다”면서 “3회 수비는 당시 타자가 2루를 노리겠다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타구를 바로 처리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송구가 정확하게 가서 타자를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이번 3연전 싹쓸이로 본격적인 2위 싸움을 시작했다. 일단 현재 분위기는 좋다. 선발진은 계속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고, 타선 역시 거를 곳이 없을 정도로 단단해졌다. 특히 최근에는 느슨한 플레이로 지탄받은 루벤 카데나스를 빨리 내치고, 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스를 영입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구자욱은 “우리 선수들은 말 그대로 한 경기, 한 경기만을 바라보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매일 고교야구 결승전을 치르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2위를 지킨다거나, 1위로 올라가야겠다는 욕심보다는 한 경기씩 이겨나가겠다는 자세로 뛰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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