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단독]한국계 美민주 대의원 "시간은 트럼프 아닌 해리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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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뉴저지를 대표하는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한 한국계 장성관(34·컨설턴트) 씨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가장 큰 의미는 해리스가 지금까지 바이든과 트럼프와의 대결에서 고착됐던 진영 내 표결집 구도를 중도층 확장 대결로 바꾸는 분기점을 마련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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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 뉴저지를 대표하는 대의원 자격으로 참석하는 한국계 장성관(34ㆍ컨설턴트) 씨가 18일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시카고=문진욱 기자

장씨는 18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전당대회에서 통합을 내세우겠다고 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번 전당대회에 참가한 극소수 한국계 대의원 중 한명이다. 중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1.5세대 교포인 장씨는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재선 도전 때부터 민주당과 연을 쌓았고, 올해 대의원으로 선출됐다. 미주한인유권자연대 사무차장을 지내며 한인 유권자의 정치 참여 운동을 벌이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행사 때 백악관에 행사 관련 자문 역할을 맡기도 했다.

장씨는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앤디김·메릴린 스트리클런드)을 제외한 일반 대의원 중 한국계는 한두명에 불과하다”며 “올해 민주당 전국위원회에서 청년과 소수 인종의 대의원 선발을 권고한다는 지침이 만들어진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때 투표를 포기했던 민주당 인사들이 열광하는 분위기다.
“후보 교체로 민주당 내 분위기가 달라졌다. 바이든에게 투표하지 않겠다던 사람들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 의사를 보이고 있다. 특히 40대 미만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많이 올라갔다. 내부적으로는 2008년 오바마 당선 때의 분위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바이든으로 인한 ‘샤이 민주당’ 현상이 사라진 건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해리스 전에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싫다는 ‘더블 헤이터’ 구도가 강했다. 투표를 할 곳이 없었기 때문에 제3 후보의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높았다. 해리스가 제 3후보로 갔던 지지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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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프린스 조지스 카운티에서 열린 메디케어 약가 협상 관련 행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장씨는 ‘해리스의 출발이 늦었다’는 지적에 “선거까지 80일도 남겨놓지 않았다는 점이 부정적 사안이 발생하더라도 표심에 영향을 적게 준다는 점에서 해리스에게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시간은 오히려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의 편”이라고 주장했다.

‘허니문’ 효과로 인한 지지율 상승이 지속될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선거를 100일 남겨놓고 후보가 되면서 초반 2주 기대감으로 인한 높은 지지율을 얻었고, 허니문이 가라앉을 시점에 팀 월츠 부통령 후보를 발표하며 허니문을 늘렸다. 다음 2주차에 전당대회, 또 2주 후엔 첫 TV토론이 이뤄진다. 그리고 곧장 사전 선거로 넘어간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지율 상승 기회는 이어지고, 기대감이 떨어질 시점엔 이미 선거가 진행되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황해하는 것이다.”
바이든과 비교해 해리스가 가진 리스크는 무엇인가.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이다. 역설적으로 바이든은 이미 모든 욕을 다 먹고 있었기 때문에 기대치가 낮아 전쟁 상황 악화나 상황 개선에 따른 지지율 변동폭이 제한적이었다. 그런데 해리스는 다르다. 만약 이스라엘 전쟁의 휴전을 이끌 경우 큰 호재가 될 수 있고, 반대의 경우라면 더 큰 데미지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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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아이젠하워 행정부청사 부통령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해리스는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에는 불참했다. AFP=연합뉴스

한인들의 정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
“전당대회에 참여하는 아시아계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전당대회에 연사로 나서는 아시아계는 다소 있지만, 일반 대의원들의 비율은 그보다 낮다. 다만 대표성을 말할 때 인종적 유사점보다는 미국 사회에서 소수자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부당한 대우와 차별 등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는 대표하는 존재가 확대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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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알리퀴파에서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함께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카고로 향하기 전 펜실베이니아 서부 지역을 네 차례 버스 투어하면서 고등학교 축구팀원들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당대회 기간 예고된 대규모 집회는 해리스에게 부담이 아닌가.
“혹시 시위가 폭력사태로 확대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정치적으로는 오히려 반겨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목소리가 트럼프의 유세장에선 전혀 나오지 않고, 해리스의 유세장에서만 나오는 이유는 민주당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됐다고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리스는 그들의 비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다양한 입장을 현실 정치와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너무 이상적인 평가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언론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리스는 미시간 유세 때 비공개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지 않는 대의원 2명을 따로 만났다. 2명 모두 무슬림이다. 그들은 이스라엘 문제 등으로  민주당의 대의원이지만 해리스나 이전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피력하지 않았는데 무슬림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해리스와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근거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의회 연설 때 해리스가 불참한 것도 우연히 이뤄진 일이 아니다.”

장씨는 이번 전당대회가 “진정한 통합을 과시하는 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의 대상으론 “바이든의 사퇴를 종용했던 사람과 바이든 편에 섰던 사람, 민주당에 실망해 떠난 사람과 남은 사람은 물론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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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유세 투어 중 버스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통합 논의와 관련해 월츠 지명자의 역할론을 제기하는 평가가 많다.
“월츠의 발탁 배경은 명확하다. 트럼프는 처음으로 ‘소외된 백인 남성’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부상했다. 월츠의 언어는 서민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정말 보통 백인 남성의 문법을 따르고 있다. 월츠의 발탁 자체가 어쩔 수 없이 트럼프를 지지했던 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월츠가 나선 뒤 민주당에서 판매하는 상품 중 사냥용 국방 무늬 모자가 나왔는데, 이전 민주당의 문법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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