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연료비 싸서 산 전기차, 3.5년 타야 본전?…가성비 다시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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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하주차장 입구에 전기차 주차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지하주차장 내부에는 전기차 주차구역 표시가 있지만 기존에 설치됐던 충전기는 철거된 상태다. 뉴스1

서울에 사는 문모씨(37·여)는 출퇴근과 자녀 등하원을 위해 구매하려 했던 소형 전기차 계약을 최근 취소했다. 최근 일련의 전기차 화재사고 소식을 접한 뒤 생긴 두려움, 아파트 주차장에 ‘전기차 입차 불가’ 공지가 붙는 등 부정적 분위기에 생각이 바뀌었다.

문씨는 당초 연료비 등 비용 절감 효과와 친환경 효과 등을 의식해 전기차를 구입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문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 예상 유지비를 따져봤더니, 전기차 보험료가 많이 오른 데다 장거리 운전을 자주 하지 않는 이상 연료비 절감 효과도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 기준으로 ‘가성비’를 다시 따져보고 있다. 업계에선 계약 뒤 출고까지 2개월 걸리던 기아 EV3가 최근엔 주문후 1주일 만에 인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는 가격부터 다른 연료를 쓰는 차량에 비해 비싸다.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3(RWD)와 제네시스 G70(가솔린 2.5 터보)의 가격은 각각 5384만원과 4623만원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전기차 구입을 독려하기 위해 구매 보조금을 주지만, 모델3를 사면서 총 280만원(국고 226만+서울시 54만)을 받는다 해도 G70보다는 비싸게 차를 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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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전기차는 보험료도 비싸다. 금융감독원·보험개발원 등에 따르면 전기차의 평균보험료(2022년 기준)는 89만3000원으로, 비전기차(70만7000원)에 비해 1.3배 높다. 삼성화재에 따르면 전기차 보험료가 내연기관차보다 최대 1.4배 더 높은 사례도 있다. 화재 사고가 발생했을 때 입는 피해액이 전기차보다 내연기관이 더 크다는 점도 높은 보험료에 영향을 준다. 보험개발원은 “전기차의 차값과 수리비가 내연기관·하이브리드차 등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주목하는 건 연료비다. 전기차 이용자가 연 1만5000㎞(보험개발원 평균치)를 주행한다고 했을 때 1년간 드는 전기차 연료비(전기요금)는 85만원이다. G70으로 같은 거리를 운행(226만원, 1L당 1692원 기준)했을 때보다 141만원이 덜 든다. 자동차세도 모델3는 13만원, G70은 65만원으로 전기차가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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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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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이런 비용들을 감안했을 때 전기차로 ‘본전’을 뽑을 수 있는 기간은 3.5년이 나온다. 문씨처럼 연 1만㎞도 운행하지 않는 이용자에겐 이 시간이 더 길어진다. 같은 계산 방식으로 기아 니로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을 비교하면 전기차 구매자가 ‘본전’을 뽑으려면 36년을 타야 한다. 지난해 승용차 평균 사용 연한은 15.4년(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차량 구매시 연료별 득실을 꼼꼼히 따져볼 것을 조언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배터리 노후화에 따른 부품 교체비용 등을 고려하면 전기차 유지 비용은 실제로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전기차 제조사의 평균적 보증수리 기간과 개인의 평균 주행거리, 연비 소모량 등을 비교해보고 전기차 구매 여부를 판단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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