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서울 전세사기 피해 1위는 강서구…80%가 2030이었다

본문

17240987694249.jpg

지난해 5월 서울 강서구의 한 빌라 밀집지역 모습.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큰 구는 강서구로 나타났다. 뉴스1

전세사기 특별법이 제정된 지난해 6월부터 올 4월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액이 85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가장 큰 자치구는 강서구로 피해 건수가 916건, 피해액은 약 1900억원에 달했다. 피해자의 80%가 20ㆍ30대로, 사회 초년생과 청년층 피해가 컸다. 피해자 구제를 위한 여러 지원책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전세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시가 19일 서울시의회 김종길 의원(국민의 힘)에게 제출한 전세사기 피해 현황을 보면, 지난해 6월부터 지난 4월 24일까지 서울에서 전세사기 피해가 총 4485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보증금은 8562억 3700만원에 달했다.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피해자로 인정받은 건수를 집계한 결과다.

17240987695634.jpg

김영희 디자이너

자치구별로 보면 빌라 밀집지역인 강서구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 총 916건으로 보증금 규모는 1889억6900만원에 달한다. 이어 관악구(1398억1300만원)ㆍ금천구(731억4600만원)ㆍ구로구(630억3400만원)ㆍ동작구(578억9500만원) 순이었다. 이들 5개 구 피해액 규모가 전체의 61%에 달했다. 피해 규모가 가장 적은 구는 용산구로 건수는 1건, 보증금 규모는 2억1000만원이었다.

피해자는 20ㆍ30대가 많았다. 30대가 2373명으로 1위였고 20대(1062명)ㆍ40대(706명)ㆍ50대(229명)가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 피해 절반이 다세대 주택 

17240987697005.jpg

김영희 디자이너

전세사기 피해주택 가운데 46%가 다세대(2068가구)주택이었다. 이어 개별 취사시설이 없는 고시원이나 셰어하우스 같은 다중주택(801가구)ㆍ오피스텔(693가구)ㆍ근린생활시설(417가구)ㆍ도시형생활주택(177가구)ㆍ다가구(133가구) 주택이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 피해가 가장 적은 주택 유형은 아파트(106가구)였다. 서울의 빌라 밀집지역은 전세사기 주의보가 내려져 거래 자체가 거의 끊겼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위원은 “서울에서 다세대 경매가 가장 많은 지역도 강서구인데, 19일 기준으로 총 309건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며 “감정가 2억2000만 원짜리 다세대 주택은 5차례 유찰돼 최저가가 7000만 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90%가 “건강 악화했다”

1724098769839.jpg

지난 6월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 대학가 일대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 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및 정부의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세사기 피해자의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은 컸다. 강서구가 지난해 11월 전세사기 피해자를 모두 조사한 결과, 피해자 550명 중에서 건강이 악화했다는 응답이 90%가 넘었다. 대다수가 수면장애나 무기력증ㆍ우울증ㆍ불면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이도 67명에 달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가정에 불화가 생겼거나, 파혼ㆍ이혼을 하는 이도 많아 전세사기로 인해 개인과 한 가정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고통을 겪고 있는 이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LH가 경매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사들이고 경매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방안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상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피해 주택 또는 공공임대주택에서 10년간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LH가 매수할 수 있는 주택 요건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길 서울시 의원은 “2030대 사회초년생 피해가 큰 만큼, 전세 사기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할 대비책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4,825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