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암 같지도 않은 암, 생존율 100%"…대장암 중 이런 암 늘었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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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검사 이미지. 중앙포토

달라지는 암 지도 

40대 여성 B씨는 2021년 건강검진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 도중 용종을 잘라냈다. 조직검사 후 대장암 진단을 받았다. 그는 "암이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의료진이 "암이긴 하지만 암 같지 않은 암이다"고 해서 또 놀랐다. 암 같지 않아서 5년 상대 생존율이 100%라고 했다. B씨는 “지금 아무 탈 없이 지내고 있다. 암을 앓았다는 생각도 없다"며 "민간보험에서 보험금 5000만원(특약 포함)이 나와 '뜻하지 않은 소득'이 생겼다"고 말한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대장암은 2011년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해오다 2021년 급증했다. 연령표준화 발생률(고령인구 증가 요인을 제거)이 2011년 인구 10만명당 77.2명에서 2020년 55.1명으로 떨어졌다가 2021년 61.9명으로 거꾸로 갔다. 암 발생 순위도 2020년 3위에서 2021년 폐암을 제치고 2위(갑상샘 제외하면 1위)로 올라섰다. 발생률이 갑상샘암(68.6명)과 비슷해졌다.

신경 내분비 종양이란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 내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는 내분비종양. 신경 내분비 세포가 폐와 위장관에 분포돼있어 신경 내분비 종양도 위장기관인 췌담도·위·대장·직장·간 등에서 주로 나타난다. 인구 10만 명당 1.5명 이하로 드물게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과거에는 ‘암(carcinoma)과 비슷한 덩어리’란 뜻으로 카르시노이드 종양(carcinoid tumor)으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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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옥 기자

 대장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2021년 달라진 지침이 원인이다. 골대가 달라진 것이다. 종양학 국제질병분류(ICD-O-3) 2판은 대장·위 등의 양성종양 일부를 암으로 포함했다.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그리 분류한 걸 반영한 조처다. 2021년 4245명이 악성종양(신경내분비종양)으로 분류돼 대장암 환자가 됐다. 전체 대장암 환자 3만2751명의 13%이다.

 위암도 영향을 받는다. 위암은 2005년 이후 연령표준화 발생률이 줄곧 감소해 왔다. 하지만 2021년 양성종양, 즉 위장관 기질종양 환자 1586명(전체 위암의 5.4%)이 암으로 분류됐다. 노인 인구 증가 요인을 제거한 연령표준화 발생률이 2020년 52.3명에서 2021년 55.3명으로 약간 올라갔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암등록감시부장은 "대장암이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신경내분비 종양이 악성으로 분류되면서 그리 보일 뿐이지 그 요인을 제거하면 대장암은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대부분 암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특히 대장에서 많이 나타난다. 2021년 신경내분비종양 발생자의 78.6%는 대장에서 발견됐다. 박세준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내시경으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장) 내시경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진 데 따라 진단 건수가 늘고 있는 것이지 유병률(질병을 앓는 인구의 비율)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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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암과 종양 경계를 넘나드는 신경내분비종양은 ‘그레이 존(회색지대)’으로 불린다. 일부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가입금액 100%가 보장되는 일반 암 보험금을 바로 주지 않아 분쟁이 잦다. 2021년 한국소비자원은 “신경내분비종양 판정 시 경계성 종양 보험금이 아닌 일반 암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김희철 삼성서울병원 대장항문외과분과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암과 종양 사이의 회색지대에 있다. 암인지 아닌지 분명하게 구별할 방법이 없어 논란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환자들이 보험금 때문에 의사에게 질병코드를 암으로 분류해달라고 요구하거나 그 코드를 받기 위해 병원을 옮겨 다니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동회 강북삼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희귀하기 때문에 정체성이 자꾸 바뀌는 아직은 낯선 암”이라며 “1㎝ 미만 크기는 절제하면 문제없다. 다만 대장암처럼 수십년간 쌓인 데이터가 있는 게 아니다. 데이터가 더 쌓여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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