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자궁경부암 급감, 희귀암 가까워져"…난소암은 2배로 늘었다

본문

17240987753849.jpg

임명철 국립암셈터 자궁난소암센터 교수(가운데)와 김보라 간호사가 30대 난소암 환자 박모씨(맨 왼쪽)와 수술 후 경과 등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 국립암센터

달라지는 암 지도 

'여성을 위협하는 공포의 질환-.'
 20년 전엔 자궁경부(입구)암에 이런 꼬리표가 붙었다. 2001년 위-폐-간-대장-유방에 이어 다빈도 암 순위 6위(여성만 따지면 4위)였다. 20년이 흐른 2021년 17위로 떨어졌다. 전체 암 환자의 4.1%에서 1.1%로 쪼그라들었다. 최근에는 다른 여성암에 밀린다. 2021년 난소암이, 2020년엔 자궁체부(내막)암이 추월했다. 정규원 국립암센터 암등록감시부장은 "식생활 서구화, 음주·흡연 등으로 거의 모든 암이 증가해 온 점을 고려하면 자궁경부암 감소는 놀랄 만하다. 희귀암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여성 암 발생 지도가 크게 달라지고 있다. 다산에다 낮은 위생 수준 탓에 2001년 4655명이나 자궁경부암에 걸렸다. 이후 계속 줄어 2021년 3173명으로 떨어졌다. 식도암과 비슷해졌다. 노인이 늘면 암이 는다. 이런 요인을 없애고 같은 연령 조건으로 비교(연령표준화 발생률)하면 자궁경부암의 감소가 분명해진다. 여성 인구 10만명 당 환자수가 20년 새 26.5명에서 12명으로 떨어졌다. 사망자도 연간 1000~1100명대(암 사망원인 10위)에서 800명대(16위)로 줄었다.

17240987757294.jpg

차준홍 기자

 자궁경부암의 감소에는 국가암 조기검진, 예방백신이 크게 기여했다. 2002년 시작한 조기검진의 수검률이 60.3%(2022년)이다. 전체 암 검진율(58.2%)보다 높다. 2016년 이 암을 유발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예방 백신(가다실 등) 접종을 시작한 것도 암 발생을 줄였다. 이정훈 분당차병원 부인암센터 교수는 "자궁경부암 발생이 반으로 줄었다. 조기 검진 덕분에 암 전 단계에서 문제 부위(상피 내 종양)를 찾아내 없앤다"며 "국가 예방 접종을 시작하기 수년 전부터 많이 접종했고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모(47)씨는 2020년 7월 자궁경부암 수술을 하고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지금은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고씨는 "주변에서 자궁경부암 걸린 사람이 나밖에 없는 것 같다. 드물게 걸리지만 그래도 예방하려면 백신을 맞는 게 좋다고 해서 아이(중학생)에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여성 4대 암' 중 자궁경부암 외 3개는 반대로 간다. 자궁체부암 환자는 2001년 839명에서 2021년 3749명으로 3.5배 늘었다. 여성 인구 10만명 당 환자(연령표준화 발생률)가 5명에서 14.3명으로 뛰었다. 유방암 환자도 7298명(발생률 39.4명)에서 2만8720명(109.9명)으로 급증했다. 난소암도 1351명에서 3221명으로 늘었다. 

17240987758685.jpg

차준홍 기자

 자궁체부암과 유방암은 닮은꼴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두 암은 여성호르몬(에스트로젠)이 원인이다. 초경 연령이 일러지고 폐경은 약간 늦어진데다 저출생이 심화돼 여성호르몬 노출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한다. 임신·분만 시기에는 이 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여기에다 식생활 서구화로 지방 섭취가 늘고 비만이 증가한 것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정훈 교수는 "비만이 늘면서 피하지방에서 에스트로젠 분비량이 증가해 30,40대의 자궁체부암 발병률이 급증했다"고 말한다. 30,40대 자궁체부암 환자가 3배로 늘었다. 유방암도 40대 환자 발생이 가장 많다.

 다만 5년 상대생존율은 비교적 높다. 자궁체부암은 89.6%(2021년)이다. 20년 전 84.8%에서 약간 올랐다. 자궁경부암은 79.9%, 유방암은 93.8%이다. 문제는 난소암이다. 65.9%로 상대적으로 낮다. 유모(59)씨는 4년 전 배가 점점 불러와서 병원에 갔더니 난소암이었다. 벌써 4기였다. 수술에 이어 항암치료를 받았다. 유씨는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건강 체질에다 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4기라고 해서 정말 놀랐다"고 말한다. 지금은 6개월마다 정기검사를 다닌다.

 송용상 명지병원 난소암·부인암센터장은 "난소암은 자궁내막암처럼 에스트로젠이 주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배란 횟수와 관련이 있다. 결혼을 덜 하고 아이를 안 낳고 이런 현상이 난소암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송 교수는 "난소암은 복강 깊숙한 곳에 있는 질환이라서 진단이 쉽지 않다. 사회경제적 부담이 큰데도 빈도가 낮다고 해서 경시된다"고 지적한다. 이정훈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광범위하게 자궁적출 수술을 하는데, 환자가 줄면서 그 수술할 의사도 줄어 팀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한다.

 이 교수는 "운동 잘하고 체중 관리에 힘쓰고, 생리가 아닐 때 출혈이 있다면 꼭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젊으니까 별거 아닐 것이라고 가볍게 여겨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임명철 국립암센터 자궁난소암센터 교수는 "난소암·유방암은 특정 유전자(BRCA)가 있으면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혈액검사로 이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게 있으면 국가암 조기검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해 봄직하다. 여성의 모계 가족력 지도를 따지면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0
로그인 후 추천을 하실 수 있습니다.
SNS
댓글목록 0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34,817 건 - 1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