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수 펑크 막을 ‘법인세 중간예납’…삼전·하이닉스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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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광화문 전경. 김상선 기자

‘세수(국세 수입) 펑크’의 주범으로 꼽히는 법인세 수입이 8월 중간예납을 기점으로 반전할지 주목된다. 결국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기업에 달렸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누계 국세 수입은 168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10조원 줄었다. 같은 기간 법인세는 16조1000억원(-34.4%)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 적자를 낸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영향이 컸다.

법인세는 전체 세수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6월까지 법인세 진도율은 39.5%에 그쳤다. 5년 평균 진도율(57.9%)에 18.4%포인트 못 미친다. 법인세와 함께 국세 ‘3대 세목’으로 꼽히는 부가가치세가 5조6000억원(15.7%), 소득세가 2000억원(0.3%) 각각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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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하지만 기재부는 8월을 기점으로 법인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 상반기 기업 실적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12월 결산법인이 공개한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장사(개별 709개, 연결 620개)의 개별 기준 매출은 783조387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6.55% 늘었다. 영업이익은 59조2325억원, 순이익은 67조5596억원으로 각각 297.29%, 47.73% 증가했다.

전체 연결 매출 비중의 9.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더라도 개별 영업이익이 50조26억원(122.08%), 연결 영업이익이 85조9405억원(63.72%) 증가하는 등 호조세였다. 반도체 대기업뿐 아니라 금융·에너지 기업의 실적도 개선됐다.

상반기 기업 실적이 중요한 건 법인세 중간예납 세수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12월 말 결산법인은 이달 말까지 법인세를 중간예납해야 한다. 중간예납은 상반기(1~6월) 실적에 기반해 추정 법인 세액의 절반을 납부하고, 나머지를 이듬해 3~5월에 납부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1년 치 법인세를 두 번에 걸쳐 나눠 내 당장의 재무 부담을 덜 수 있고, 정부는 안정적으로 세수를 확보하는 장점이 있다.

직전 사업연도 기업 실적이 좋았던 2022년 8~10월에는 법인세 중간예납 세수만 34조3000억원에 달했다. 올해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경우 세수 부족 상황에서 가뭄에 단비다. 변수는 기업의 호응 여부다. 정부가 기업의 법인세 중간예납을 독려하더라도 선택권은 기업에 있어서다. 법인세법에 따르면 기업은 전년도 산출세액의 절반을 내거나 당해연도 상반기 결산을 토대로 추정한 법인세를 내는 두 가지 중간예납 방식 중 선택할 수 있다. 만약 법인세를 중간예납한 뒤 실적이 나빠지면 이듬해 4월 환급받을 수 있다.

기업은 경기가 좋을 때는 전년도에 낸 법인세의 절반을 납부하고, 경기가 나쁠 때는 1∼6월 가(假)결산을 통해 중간예납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대기업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전자(전년도 법인세 납부액의 절반을 내는 방식)를 택할 경우, 8월에도 법인세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난해 영업적자로 올해 법인세로 0원을 신고한 삼성전자·하이닉스는 상반기 실적을 가결산 해 법인세를 중간예납해야 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내는 세금은 결과적으로 같지만, 기업은 경기가 좋으면 다른 곳에 투자하기 위해 세금을 나중에 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간예납 제도가 기업 실적이 급변동하는 시기에 오히려 세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국가 대표’ 기업이란 점을 고려하더라도 법인세수가 한두 기업의 실적 때문에 출렁이는 산업·납세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기재부는 법인세법을 개정해 내년 사업연도부터 기업의 중간예납 가결산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다만 중소·중견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공정거래법상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만 적용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을 파악한 뒤 9월 중 세수를 다시 추계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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