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전현희 물벼락 맞은 뒤 도입한 '택시월급제'…이젠 노조도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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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시노조 등 택시 4개 단체 회원들 주최로 지난 2018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이 행사에 참석한 당시 전현희 민주당 카풀·택시 태스크포스(TF) 위원이 발언하자 야유를 보내고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정치권 주도로 도입했던 ‘법인택시 기사 완전 월급제’가 노사 양측의 외면 속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여야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의 택시 월급제의 부칙 조항인 ‘전국 확대 시점’을 2년 더 늦추기로 하면서다. 택시 월급제가 시범 실시 중인 서울 지역에서도 택시업계 노사 양측 모두 “업계 사정을 모르는 황당한 규제”라는 원성이 높아 제도의 지속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

20일 국회 국토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택시 월급제의 기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10월 쏘카(socar)가 차량 공유 스타트업인 VCNC를 인수하고 카카오모빌리티도 카풀 서비스 자회사 럭시의 인수합병을 마치자, 택시 기사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당시 집권 여당이던 민주당은 곧바로 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전현희 민주당 의원을 위원장에 앉혔다.

모빌리티 업계와 택시 단체 양측의 중재를 시도하던 민주당의 움직임은 그해 연말부터 바빠졌다. 2018년 12월 50대 택시 기사 최모씨가 국회 앞에서 분신해 숨졌고, 택시 4단체가 대규모 집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 의원은 택시 단체 집회에 참석했다가 물 세례를 맞았다. 외려 야당이던 자유한국당 소속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가 환호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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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역 택시승차장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1

이듬해에도 택시기사들이 잇따라 분신하며 숨지자,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택시 월급제 논의에 불을 붙였다. 전 의원이 이끌던 민주당 카풀·택시 TF는 택시·카풀 업계를 포함한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발족한 끝에 2019년 3월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차량 공유형 카풀 서비스는 평일 오전 7~9시와 저녁 6~8시 등 출퇴근 시간으로 제한하고, 택시 기사들을 위해 월급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시 전 의원은 “모두가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2019년 8월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택시발전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주도한 합의의 산물이었다. ‘택시 운수 종사자의 근로시간을 정할 경우 주 40시간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어, 월 200만원이 넘는 고정 급여를 주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택시 기사가 회사에 하루 13만~15만원을 입금하고 나머지를 갖던 사납금제 폐지를 전제로 한 법 개정이었다. 입법 과정에서 또다른 택시기사 1명이 “타다 아웃(out)”을 외치며 분신하자, 민주당은 이듬해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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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운수노조와 ‘월급제 무력화’에 항의해 지난해 분신 사망한 고(故) 방영환열사대책위가 지난 17일 국회 앞에서 택시월급제 무력화 개정안의 국토교통위 상정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혁신 산업의 싹을 자르면서까지 민주당 주도로 도입한 택시 월급제는 외려 택시기사가 외면하는 애물단지가 됐다. 서울시가 2022년 법인택시 기사 74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4%는 기존 사납금제를 선호했고, 월급제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8.7%에 불과했다. 양대 택시 노조 역시 지난 6월 “월급제는 실시 불가능한 제도”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택시 월급제를 각 지역 실정에 맞춰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하는 법 개정안도 나왔다.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소정 근로 시간을 달리 정하도록 하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의 택시발전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김 의원은 제안 이유를 통해 “택시발전법은 당초 입법취지와 달리 고성과자의 실질소득을 감소시킴으로써, 배달업·택배업 등으로 이탈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반대로 이탈하지 않은 운수종사자에게는 과거보다 성과급이 감소하여 근로해태의 유인으로 작용하는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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