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용각산'은 왜 우주로 가나…마법의 &a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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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산업서 가장 뜨는 우주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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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우주과학자의 우주과학 최대 학술행사 ‘코스파’(국제우주연구위원회). 지난달 1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이 행사에 겔포스·용각산을 만드는 제약사 보령이 등장했다. 보령은 3년 전 우주의학 사업을 시작했다. “우주여행자를 돌보는 게 앞으로 우리가 할 일”(김정균 보령 대표)이라면서다. 우주여행 시대는 이미 온 미래다. 우주 비즈니스 분야는 넓지만, 특히 요즘 뜨거운 건 신약 개발이다. 무중력 공간이 선사하는 ‘잭팟’ 기회를 잡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뛰어들었다. 우주인뿐만 아니라 지구인을 위한 건강 해법까지 우주에서 찾고 있다. 암·치매·노화 등 인류를 괴롭혀온 해묵은 과제, 우주에서 극복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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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호준

“민간 업체와의 협력이 우주 연구 확장성을 높였다.” 코스파를 찾은 팸 멜로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부국장은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주요국 우주기관 임원이 모인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부가 우주산업 전반을 주도했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와 달리 2000년대 이후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 그 중심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있다. 1998년부터 5개국(미국·러시아·일본·유럽연합·이탈리아)이 쏘아 올린 모듈을 궤도에서 연결해 완성한 축구경기장 크기 우주 구조물이다. ISS 회원국은 총 15개국. 회원국이 새로운 과학 모듈이나 실험 시설을 추가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한국은 회원국이 아니다.

우주인을 위한 연구 위주였던 우주 의학은 뉴 스페이스 시대 영역을 확장했다. 우주 공간이 신약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지로 떠오르게 됐다. 지구에서 성분과 물질을 우주로 싣고 가 연구하거나 약품을 만들어 다시 지구로 가져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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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무중력 활용 우주산업은 2035년까지 1조8000억 달러(약 2475조9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2022년 맥킨지 테크 트렌드 리포트). 그중 제약은 단기간에 빠르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무중력 환경에선 의약 용액이 골고루 섞이면서 투입 자원 대비 수율(완성된 약품의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박찬흠 한림대 이비인후과 교수(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는 “지구에선 재료 100g을 투입하면 제품이 1g밖에 안 나오지만, 우주에선 90g까지 나올 수 있다”며 “100g당 수억원에 팔 수 있는 특수 항암제를 ㎏ 단위로 제조하면 비싼 우주선 발사 비용을 지불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우주로 나가는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한 번 사용하고 폐기하던 우주 발사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과거 위성 발사 땐 중·대형 발사체 기준 ㎏당 1만~2만 달러(약 1400만~2800만원)가 들었다면, 스페이스X 발사체 ‘팰컨9’은 이를 ㎏당 2700달러(약 371만원)로 줄였다(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 보고서). 우주 발사체 발사 횟수는 2019년 586회에서 지난해 2664회로 대폭 늘었다(UN우주업무사무소).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의 신형 발사체와 경쟁사 블루오리진의 재사용 발사체가 나오면 2028년부터 발사 비용이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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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민 기자

일찌감치 무중력 가치를 알아본 글로벌 제약사들은 줄줄이 우주로 향했고 성공 사례를 만들기 시작했다. 미국 머크(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세계 매출 1위를 차지한 블록버스터 약물이다. 2017년 머크는 항암제 주성분 ‘펨브롤리주맙’을 ISS에 가져가 단백질 결정 최적화 연구를 진행했다. 2019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무중력 환경에서 더 균일하고 점도가 낮은 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폴 레이커트 연구원은 “단백질 결정이 둥둥 떠 있는 상태에서는 지구보다 더 완벽한 분자가 형성된다. 결정이 커지는 속도를 늦춰 분자가 형성할 때 생기는 결함을 줄이고, 더 크고 균일하게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키트루다는 정맥주사(IV)를 통해서만 투여 가능하다. 고농축 결정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피부 아래에 주사를 놓는 피하주사(SC)제로 개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머크는 ISS 연구를 기반으로 지상에서도 균일한 결정을 만드는 실험을 이어갔고, 키트루다 SC제형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하는 임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번 성과가 머크에 가져다줄 이익은 엄청나다. 키트루다 IV의 핵심 특허는 2028년 만료된다. 원래대로라면 특허 만료 이후엔 주성분 ‘펨브롤리주맙’을 활용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들이 쏟아질 예정이다. 하지만 SC제형 임상이 성공해 상용화된다면, 추가 특허를 얻어 최대 2036년까지 특허를 유지할 수 있다. 키트루다를 독점 판매할 기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상당 기간 ISS 연구를 진행해온 글로벌 제약사들 입장에선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무중력 연구에 박차를 가할 정당성이 생겼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만성 질환 및 당뇨병치료제), BMS(바이오 의약품), 아스트라제네카(암 백신) 등이 신약 개발을 위해 우주로 나갔다.

지난 2월 미국 제약 스타트업 바르다 스페이스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 약물 ‘리토나비르’의 소량 샘플을 우주에서 만들어 지구로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업체에 따르면 리토나비르는 지구에서 결정화하는 데 4일 걸리지만, 우주에서는 23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제조 단가는 10분의 1로 줄었다.

국내에서도 2020년 전후로 민간 제약사들이 우주신약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ISS 회원국이 아닌 한국은 ISS 내 실험이 극히 제한된 상황이다. 저궤도 내 실험 공간 확보부터 어렵지만, 방법을 찾고 있다.

보령은 올 초 미국 우주기업 엑시엄 스페이스(엑시엄)와 합작 법인 ‘브랙스 스페이스’(브랙스)를 설립했다. 나사 출신 연구원들이 2016년 설립한 엑시엄은 나사로부터 ISS를 오가며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받은 민간 업체다. 보령은 2022년 엑시엄에 6000만 달러를 투자, 지분 약 2.7%를 확보했다. 저궤도 우주 공간에 한 자리를 확보한 셈이다. 보령은 브랙스를 통해 국내 연구 프로젝트와 제조·기술 기업들이 ISS에서 실험하거나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할 계획이다.

나사와 우주의학 연구를 수행해온 윤학순 미국 노퍽주립대 교수가 대전에 설립한 스페이스린텍처럼 신약 개발을 사업모델로 삼는 스타트업도 나왔다. 스페이스린텍은 미국 우주기업 나노렉스와 손잡았다. 내년 2월 나노렉스의 소형 위성 발사 모듈 ‘나노드’에 실험 장치를 설치해 ISS에서 폐암치료제 후보물질 실험을 시작한다. ISS에서 의학 실험을 하는 첫 국내 사례다. 윤 대표는 “우주에서 실험 후 지구로 장치를 회수해 내년 8월까지 분석하는 걸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2022년 설립된 로켓 제조 스타트업 우나스텔라는 올 하반기 제약·생명 연구를 목표로 발사체를 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한국기계연구원·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기초연) 등과 협력해 단백질 합성 및 치매 예방 관련 물질 등을 실은 사운딩 로켓(연구 목적 실험용 로켓)을 발사한다. 로켓이 바다나 지상으로 떨어질 때 무중력 구간을 활용해 실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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