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기차 고를 땐 CATL 확인하라" 세계 1위 中배터리의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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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ATL이 지난 10일 쓰촨성 청두에 문을 연 최초의 오프라인 전시 매장. 자사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약 50개 브랜드의 100개 모델이 전시됐다. 사진 CATL

세계 1위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의 CATL이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며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자사의 브랜드를 강조하는 ‘CATL 인사이드’ 전략도 진행 중이다.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실명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중국이 브랜딩까지 치고 나가자 K배터리의 고민도 커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지난 10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 첫 오프라인 매장인 ‘신에너지 라이프 플라자’를 열었다. 1만3000㎡(약 3900평) 규모 공간에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50개 브랜드의 전기차 모델 100종을 전시했다. 시승부터 차량 유지 관리 컨설팅, 구매 연결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체험형 매장이다.

또 CATL은 올 초부터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에 ‘CATL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는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마치 과거 미국 인텔이 자사 칩을 넣은 PC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붙이며 소비자들에게 중앙처리장치(CPU) 강자로 군림했듯, CATL도 기술 브랜드화에 나선 것이다. ‘전기차의 핵심은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배터리 성능’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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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인사이드’ 로고를 부착한 중국 건설기계 업체 론킹의 전기 로더 제품. CATL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사진 CATL

이같은 행보에는 CATL의 자신감이 반영됐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 상반기 중국 밖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에서 27.2%로 1위를 차지해 2위 LG에너지솔루션(26.5%)을 꺾었다. CATL은 중국 주요 공항과 고속철도역 등에서 대규모 광고를 하며 ‘전기차를 고를 땐 CATL을 찾아라’라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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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CATL이 직접 브랜딩에 나선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실명제’ 흐름이 강해지면서 향후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국내에선 전기차 화재가 잇따르며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정보를 연이어 공개했고, 정부도 배터리 실명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배터리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고,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에서 제조사를 공개하는 ‘배터리 라벨링제’를 도입하고 있다.

그동안 자동차 부품을 ‘영업 비밀’이라며 공개하지 않던 완성차 업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배터리는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배터리 제조사와 완성차 간 주도권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지금은 완성차 업체가 ‘갑’이지만, 소비자 알 권리가 강화될수록 배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극명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특정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생기면 완성차 업체도 이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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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배터리에 자체 브랜드인 '프라이맥스' 로고가 새겨져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다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배터리 3사는 품질 강화에 더해 브랜드 마케팅 숙제까지 안게 됐다. 현재 국내 3사는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를 운영하며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SK온은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5’의 전력으로 바닷가에서 버스킹 공연을 펼치는 영상을 올리며 우수성을 홍보했다. 삼성SDI는 3사 중 유일하게 자체 배터리 브랜드인 ‘프라이맥스’를 운영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비-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터리 업계는 앞으로 배터리 구독·리스 등의 서비스를 확대해 소비자와 접점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B2B 영업에 집중했지만, 시장 변화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우수한 품질을 알리기 위한 전략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중국과 달리 배터리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 한국은 중국보다 전기차 내수 규모가 작고,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 업체의 영향력이 커서다. 국내 3사가 본격 브랜딩 활동에 나서면 북미·유럽에서 먼저 시작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수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BYD·테슬라 등 일부 상위 브랜드 외엔 완성차 브랜드 영향력이 낮은 특수성이 있다”며 “CATL이 더 적극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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