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생존율, 암 안 걸린 사람보다 높다"…발생 1위 갑상샘암의 진실 [달라지는 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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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의료진이 장비를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정부가 나서서 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건 1999년이다. 그해 갑상샘암은 3411명 발생했다. 많이 걸리는 암 7위였다. 자궁경부암(4486명)보다 적었다. 위암이 2만901명으로 압도적 1위였다. 그러다 갑상샘암이 늘기 시작하더니 2009년 위암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인의 갑상샘에 문제가 크게 생겼을까. 갑상샘암의 가장 명백한 위험인자는 방사선 노출인데, 당시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 전문가들이 "과잉검진의 결과"라고 들고 일어섰다. 의사들이 '갑상샘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를 구성해 과잉검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사연대는 "의학적으로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갑상샘암 초음파 검사가 필요 이상 많이 시행되면서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활동 덕분에 2015년 갑상샘암이 3위, 2017년 4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의사연대 활동이 시들해지면서 2017년 바닥을 찍고 다시 증가했다. 2018년 2위로 올라서더니 2019년 1위를 회복했고, 이후 죽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갑상샘암이 국가 통계를 왜곡시킨다고 보고 이를 제외한 통계를 별도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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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국립암센터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2015년 '갑상샘 검진 권고안'을 만들어 공개했다. 권고안은 "무증상 성인에서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샘암 검진은 권고하거나 반대할 만한 의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일상적 선별검사로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이어 "다만 갑상샘암 검진을 원하는 경우,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후 검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멀쩡한 성인에게 초음파 검사를 하지 말고, 하더라도 이득이 뭔지, 해가 뭔지 정보를 제공하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런 게 잘 지켜지지 않는다.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 영국 갑상샘협회, 미국암협회, 미국 임상내분비전문가협회·미국내분비학회·미국 내분비의학연합 등도 증상이 없는 성인에게 초음파 검사를 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미국 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는 과잉진단으로 환자에게 위해를 미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지난해 9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최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 주제의 심포지엄에서 가톨릭대 의대 이재호 교수는 "여성 갑상샘암 환자의 90%가 과잉검진에 의한 것"이라며 "갑상샘암 발생률이 세계 동향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은 "갑상샘암의 5년 상대 생존율이 100.1%로, 암에 걸린 사람의 생존율이 걸리지 않은 사람보다 약간 더 높다. 굳이 증상이 없는 사람에게 초음파 검사를 해서 찾아낼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며 "선진국 중에서 우리처럼 무분별하게 초음파 검사를 하는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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