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리스 때리던 그녀도 돌아섰다…전대 빛낸 두명의 신스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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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주자로 공식적으로 올라서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의 핵심 테마는 세대 교체, 그리고 진보 진영의 대통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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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겸 2024년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가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고별 연설을 마친 후 무대에서 포옹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52년 정치 인생을 정리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여, 난 그대에게 내 최선을 다했다”며 새로운 주인공 해리스에게 바통을 넘겼다.  당 내에서 바이든·해리스와 각을 세워왔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 하원의원(뉴욕)이 해리스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선언하는 장면은 가장 큰 환호를 받은 이날의 ‘신스틸러’였다.

당초 일정과 달리 해리스가 전당대회장에 깜짝 등장하자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는 떠나갈 듯한 환호성에 휩싸였다. 대회장을 가득 채운 2만여명의 당원들은 “싸우면 우리가 이긴다(When we fight, we win)”는 해리스의 말에 따라 ‘이긴다’는 구호를 일제히 외쳤다.

“민주주의를 위해 트럼프를 꺾어달라”

19일(현지시간) 전당대회 첫날의 주인공은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딸 애슐리의 소개를 받고 단상에 오른 그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티슈를 꺼내 눈물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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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딸 애슐리 바이든이 무대에 올라 눈물을 닦고 있다. AP=연합뉴스

물러나는 바이든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푸른색 옷을 입은 민주당 대의원들은 모두 기립해 미리 준비한 ‘바이든 사랑해(We love Biden)’이라고 적힌 팻말을 꺼내 들었다. 4분 넘게 지속된 환호 속에 바이든은 “자유를 위해, 민주주의와 미국을 위해 투표를 할 준비가 됐느냐”고 물었다. 재차 “해리스와 팀 월츠에게 투표할 준비가 됐느냐”고 묻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환호로 뒤덮혔다.

이어 바이든은 “나는 내 일을 사랑하지만, 내 나라를 더 사랑하고 그를 위해 민주주의를 보존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직에서 물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를 해서 상원(과반을) 지키고, 하원을 다시 이겨야 한다”며 “그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를 이겨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물러나야 트럼프를 꺾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이어 트럼프를 ‘멍청이(sucker)·패배자(loser)’ 등 평소보다 격한 표현으로 지칭하며 “트럼프는 취임 첫날 정말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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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연설 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무소속·공화당·민주당 모두의 책임”

바이든은 47분에 달하는 연설에서 중산층 재건, 코로나 팬데믹 극복, 일자리 창출 등 지난 4년간의 성과를 나열했다. 그러면서 “이는 여러분과 카멀라 덕분”이라며 공을 해리스에게 돌렸다.

이날 그는 “해리스가 47대 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말실수를 했다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수정하는 등 또 실수를 했지만, 당원들은 오히려 더 박수를 보냈다. 연설 중 감정을 절제하는 듯 몇 차례 말을 멈출 때마다 더 큰 환호가 나왔다.

바이든은 1972년 29세의 최연소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처음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이후 뇌동맥류 수술을 받았던 1988년을 제외하고 52년간 8차례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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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왼쪽)이 지난 19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함께 손을 맞잡고 있다. AP=연합뉴스

반세기가 넘는 정치 인생을 마무리 짓는 연설에서 바이든이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은 통합이었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합중국(united)”라며 “우리가 모두 함께 할 때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물론 무소속과 공화당 모두에게는 특별한 의무가 있다”며 “트럼프를 그냥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큰 박수 받은 두명의 ‘신스틸러’

물러나는 노(老) 정치인의 당부는 ‘미국을 위해’라는 주제로 진행된 전당대회 첫날 전체를 아우르는 키워드였다. 민주당은 바이든의 연설에 앞서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과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의 찬조 연설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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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연설을 위해 무대에 오른 후 박수를 받으며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두 사람은 당내에서 바이든·해리스 정부와는 각을 세워왔던 대표적인 인물로, 민주당이 찬조 연설자를 섭외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힐러리는 2016년 대선 경선에서 바이든을 꺾고 대선에 출마하면서 바이든과 다른 길을 걸었고, AOC는 당내 가장 급진적인 소장파 그룹의 대표격이다.

때문에 이 두 사람의 찬조 연설은 민주당에겐 통합의 의미다. 해리스는 이들의 연설 직전 깜짝 등장해 이들을 예우하면서 주목도를 높였다. 당원들은 바이든은 물론 해리스에 못지 않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힐러리는 “무엇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경의를 표한다. 평생을 바친 공직 봉사와 리더십에 감사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런 뒤 “해리스가 우리를 위해 싸울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를 위해 싸워야 한다”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기쁨으로 해리스와 팀 월즈(부통령 후보)를 백악관으로 보내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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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첫날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이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4년전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을 한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AOC는 이날은 “나는 6년 전만 해도 뉴욕에서 웨이트리스로 오믈렛 주문을 받았고, 해리스도 비슷한 환경에서 자랐다”며 “미국을 사랑하는 것은 노동자, 바텐더, 계산원 등 일상적 미국인을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리스는 가자에서 휴전을 확보하고 인질을 귀국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 지원 방침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났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아웃사이더 AOC가 전당대회의 중심인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CNN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의 연설 도중 서너명의 시위대가 ‘이스라엘 무장을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들었지만, 당원들이 ‘조를 사랑한다’는 팻말로 이를 가리고 해당 구역의 조명을 꺼 노출을 막은 뒤 주최 측이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면서 행사 진행에 별다른 차질은 빚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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