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우크라 최정예' 빠진 동부 도네츠크, 러시아 완전 장악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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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 병력을 추가 투입하며 공세 고삐를 바짝 당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최정예 병력 일부가 쿠르스크에 투입된 틈을 노려 러시아가 도네츠크의 완전한 장악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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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24기계화여단 군인들이 도네츠크 지역에서 러시아 진지를 향해 발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 우크라 도네츠크 점령지 늘려 

20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도네츠크의 토레츠크에 위치한 정착촌 '노브고로드스코예'를 점령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 곳의 우크라이나식 이름(니우요크) 대신 구소련 시절의 이름을 사용해 점령 사실을 밝혔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이곳이 우크라이나군의 탄약과 식량 보급로로 쓰이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라고 전했다. 또한 이곳을 통과하는 철도를 러시아군이 사용하면 보급을 강화해 공격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도네츠크 남부를 회복할 기회를 잃게 된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새벽부터 토레츠크 지역에서 14건, 포크로우스크 지역에서 34건의 교전이 벌어졌다고 밝혔다. 니우요크를 점령 당했는 지 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러시아군의 공격에 반격을 가하고 있다”고만 했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포크로우스크와 토레츠크의 방어 상황이 어렵다며 열세임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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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토레츠크 근처 니우요크 마을 앞의 표지판.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토레츠크와 가까운 아르툐모보(우크라이나명 잘리즈네)와 비옘카 기차역을 점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의 요새 역할을 하는 토레츠크의 장악을 위해 인근 마을을 차근차근 장악해가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주요 방어 거점이자 도네츠크의 물류 허브인 포크로우스크에 대한 공세도 강화했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은 러시아군이 병력을 추가 투입하고 있다며 이 곳에서 개전 이래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바딤 필라슈킨 도네츠크 주지사는 전날 자녀를 둔 가족들에 대해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포크로우스크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침공 전엔 약 8만6000명이 살던 곳으로, 현재는 약 5만3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곳이 러시아의 수중에 들어가면, 지난해 5월 바흐무트 이후 러시아가 함락시킨 최대 도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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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로우스크 마을에 대피령이 발령되자 한 러시아 여성이 9살 자녀와 대피소로 피해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 쿠르스크서 93개 마을 점령

러시아의 본토를 침공 중인 우크라이나 군의 진격 속도는 더뎌진 편이다. 시르스키 총사령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6일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에 진격한 자국군이 지금까지 최대 35㎞를 진격했으며 93개 마을을 점령해 총 1263㎢를 장악했다고 밝혔다. 전날엔 1250㎢, 92개 마을을 통제 중이었다고 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18일 쿠르스크의 침공 목표를 “러시아의 전쟁 잠재력을 최대한 무너뜨리고 최대한의 반격을 실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침략자의 영토에 완충지대를 만드는 것도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WSJ 등은 러시아 본토 기습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최전방의 러시아 병력을 분산시켜 자국군의 방어 부담을 더는 데 있었다고 풀이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의 공세를 강화하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최전방에서 숨을 돌리려던 우크라이나의 복안이 성공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우크라이나가 최전방에서 병력을 빼내 쿠르스크로 진격하면서 러시아의 도네츠크 진격이 한층 수월해졌다며, 러시아가 도네츠크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란 주장도 나온다.

쿠르스크 전투에 참가 중인 압티 알라우디노프 체첸 아흐마트 특수부대 사령관은 “러시아 병력을 분산시켜 우크라이나에서의 작전을 중단시키려는 우크라이나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는 쿠르스크·벨고로드·브랸스크에 각각 작전 사령부를 신설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사령부에 러시아군 병력의 추가 배치는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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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수드자 마을 근처 도로변에 파괴된 러시아 탱크가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러 "서방이 우크라 기습의 배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를 방문했다. 푸틴이 체첸을 방문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이 계속되는 와중에 예고 없이 이뤄졌다.

러시아 연방 자치공화국인 체첸의 수반인 람잔 카디로프는 ‘푸틴의 오른팔’로, 지금껏 러시아에 병력 5만여 명을 보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해왔다. 특히 카디로프의 지휘를 받는 체첸의 전투부대는 잔혹한 전투 방식으로 악명 높다.

앞서 푸틴은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을 찾아 러시아 최악의 테러 중 하나로 꼽히는 베슬란 학교 인질 사건 현장을 찾아 우크라이나를 테러리스트에 비유했다. 푸틴은 테러 희생자 부모들과 만나 “테러리스트들과 싸운 것처럼, 오늘날 우리는 쿠르스크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세력(우크라이나)과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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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반과 20일 체첸공화국 구데르메스에 있는 러시아 특수부대 대학을 방문해 군인들의 훈련을 참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에선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기습의 배후가 미국 등 서방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은 “우크라이나군의 러시아 쿠르스크 작전 준비는 미국·영국·폴란드 정보기관의 참여 속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러시아 외무부는 쿠르스크를 공격한 우크라이나군에 미국군사기업(PMC·무장경호서비스 업체)이 참여했다는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언론이 쿠르스크를 취재해 보도한 것을 문제 삼아 주(駐) 러시아 미국 대리대사를 초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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