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괴담? 입 꼬매뿌까" 북적인 자갈치…日오염수 1년, 과학이 이겼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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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30분쯤 부산시 중구 자갈치시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평일 오후였지만 수산물을 사려는 손님으로 붐볐다. 외국인 손님도 꽤 많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1년을 맞았지만, 시장엔 활기가 돌았다. 건어물 매장으로 유명한 인접 신동아시장 분위기도 비슷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8월 24일 원전 오염수를 처음 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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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2시30분쯤 부산 자길치시장 2층 식당. 평일 낮인데도 내국인과 외국인 손님이 가득 들어찼다. 최근엔 개인 단위 해외여행객이 자갈치시장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한다. 김민주 기자

최근 들어선 대만과 싱가포르·베트남 등지에서 부산에 왔다가 자갈치 시장을 찾는 관광객이 늘었다고 한다. 대낮인데도 시장 2층 식당가엔 싱싱한 수산물과 함께 소주·맥주 등 반주를 곁들이는 외국인 여행객을 손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전국 위판장 수산물 거래량, 오히려 늘었다
많은 국민은 지난해 처음 원전 오염수 방류 시기를 전후로 ‘세슘 우럭’ 등 괴담이 돌며 수산물 소비가 위축될 거라며 걱정했다. 부산시는 방류에 앞서 지난해 상반기 시민 1840명을 대상으로 시민 의식을 조사한 결과, 수산식품 구매와 레저활동 수요가 반 토막 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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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외국인 방문객이 시장 상인 안내를 받아 수산물을 고르고 있다. 김민주 기자

하지만 방류 1년을 맞은 자갈치 시장은 이런 불안감을 완전히 털어낸 듯한 모습이었다. 가리비를 찾는 내국인 손님을 응대하던 시장 상인 A씨는 “수산물이 일본산인지 묻는 손임이 더러 있다. 일본에서 들어오는 건 가리비와 돔 종류인데, 올해 들어선 (일본산이라고 해서) 안 먹는 손님은 없었다. 내ㆍ외국인 모두 마찬가지”라 했다.
도마 위에 올린 광어를 손질해 회를 뜨던 33년 차 상인 B씨는 “휴가철에도 외국인 등 손님이 꾸준히 들었다”고 했다. “괴담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치가 안 떨립니꺼. 근거도 없는데 손님들 겁먹게 하는 이야기 떠드는 거 보믄 입을 꼬매뿌고(꿰매버리고) 싶습니더.” 광어 대가리를 쳐내며 B씨가 덧붙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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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제수용품을 구입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수산물 거래량은 늘었다. 21일 수협 수산물계통판매통계를 보면 지난해 전국 수협의 1차 위판장에서 이뤄진 수산물 거래량은 148만2713톤을 기록했다. 원전 오염수 방류가 지난해 8월 시작됐지만 2022년(146만9763톤)보다 오히려 거래량이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거래량이 80만6962t으로 작년 전체 거래량의 54.4% 수준이다. 이런 소비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수산물 거래량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거래량 증가, 증거의 힘”

이처럼 수산물 거래량이 늘어난 건 정부와 각 지자체가 수산물 유통 전반의 방사능 검사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분이라고 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년간 국내해역 165곳과 공해 18곳 등에서 수산물 등 시료 4만 건을 채취해 방사능 분석 검사를 실시했다. 수산물 생산 단계 방사능 검사는 지금도 매일 진행되고 있으며, 해수부는 이런 검사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곧바로 공개한다. 이 페이지에선 전국 해수욕장 방사능 조사 결과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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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5일 오후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 일대에서 열린 '제30회 자갈치 축제'에서 시민들이 회를 먹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부산시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는 ‘꼼꼼촘촘 수산물 안전 캠페인’ 등 수산물 판매 촉진을 위해 노력했다. 금봉달 자갈치수산물종합시장 본부장은 “시민이 불안에 떨던 지난해 9월 부산시가 수산물 방사능 측정 기계를 시장에 빌려줬다. 4개월간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이 기계를 가동하고,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준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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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스1

서해 천일염이 삼중수소에 오염됐다는 괴담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모든 바닷물 시료를 분석한 결과 세슘-134, 세슘-137, 삼중수소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먹는 물 기준 대비 훨씬 낮은 수준으로 검출됐다"라며 "갈치·고등어·멸치·문어 등 수산물 1만5000여건 조사에서도 특이 사항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부는 그동안 괴담 확산 차단을 위해 약 1조5000억원을 썼다고 한다.

남호석 부산연구원 연구위원은 “역사적 증거의 힘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정제되지 않은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무차별 유입됐다. 그런데 지난 10여년간 우리 해역 방사능 농도엔 영향이 없었다”며 “원전 오염수 방류에 따라 관심을 갖게 된 시민 다수가 이런 사실을 깨달으며 수산물 소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잘 이겨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 연구위원은 이어 “체계적인 방사능 모니터가 장기간 이어져야 시민이 계속 안심하고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용훈(원자력 및 양자공학과)교수는 "광우병 소동처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 유포로 엄청난 국민 세금만 낭비되고 국론이 분열됐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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