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 최모 씨가 지난 5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 살인사건’ 피해자의 아버지가 법원 증언대에 서서 “피고인이 사회로 돌아와서는 절대 안 된다”며 엄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우인성)는 21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대생 최모(25)씨의 재판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서는 피해자 A씨의 아버지가 증인석에 섰다.

A씨의 아버지는 “딸아이의 죽음으로 저와 제 가족이 겪고 있고, 언제까지 겪어야 할지도 모를 고통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최씨는 이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안 되는 중범죄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씨는 의대 졸업 후 필요한 건물 마련을 위해 제 도움을 받기 위해 딸아이를 이용했으며, 딸아이를 가스라이팅해서 혼인신고를 계획하고 실행했다”며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혼인신고 사실을 부모에게 말한 딸아이를 잔인하게 살해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의 아버지는 재판 내내 침착하게 검사 질문에 답했으나 언제 사망 소식을 들었냐는 질문에는 “서초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따님의 신변에 문제가 있으니 바로 와달라고 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딸의 성격에 대해 “겁이 많고 소심하다”며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어떤 버스를 타야 하냐고 물어봐 답해준 후에 맞는 버스를 탈 때까지 지켜본 뒤에 집에 들어올 정도였다”고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최씨의 어머니 역시 증인으로 나왔다. 최씨의 어머니는 최씨가 평소 먹던 정신과 약에 취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치소에서) 계속 졸려해서 저희가 깨워가면서 대화했다”며 “혼미한 상태고 물어보는 말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최씨가 혼인무효 소송 등으로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상당히 겁을 먹고 있었다며 “제가 부족했다. 더 안심을 시켜주고 했지만 불안이 있는 상태에서 그런 말이 전혀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 어머니 진술 과정에서 방청석에서는 헛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날 베이지색 수형복을 입고 법정에 들어온 최씨는 재판 내내 무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종종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거나 펜으로 무언가를 받아쓰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 5월 6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A씨와 혼인신고를 했고, A씨의 부모가 이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혼인무효소송 진행을 놓고 다투던 중 이같이 범행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 기일에서 최씨 측이 요청한 정신 감정 요청이 받아들여졌다. 다음 재판 기일은 10월 7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