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년을 기다렸다…신진서의 ‘통쾌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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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중국 취저우에서 열린 제2회 란커배 결승 2국 모습. 오른쪽이 신진서 9단이고, 왼쪽이 구쯔하오 9단이다. [사진 한국기원]

신진서(24)가 제2회 란커배에서 우승했다. 한국 바둑 1인자를 넘어 세계 바둑을 평정한 신진서의 7번째 세계 대회 우승이다.

신진서 9단은 21일 중국 취저우에서 열린 제2회 취저우 란커배 세계바둑오픈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중국의 구쯔하오 9단에게 191수 만에 흑 불계승했다. 지난 19일의 결승 1국에 이어 내리 승리하면서 신진서는 종합전적 2대 0으로 우승 상금 180만 위안(약 3억4000만원)의 란커배를 들어 올렸다.

결과만 보면 완승 같지만, 내용은 만만치 않았다. 구쯔하오는 이번에도 끈질겼고 치밀했다. 신진서가 초반부터 유리하게 형세를 이끌었으나, 바둑이 크게 기울어지지는 않았다. 중반까지 움츠리고 있던 구쯔하오가 마침내 중앙에서 역습에 나섰다. 유리한 신진서가 차분하게 대응하면 바둑이 쉽게 정리될 수도 있었지만, 신진서는 참지 않았다. 신진서도 공격에 나선 구쯔하오의 백을 끊으면서 초강수로 맞받아쳤다. 느슨하게 대응했다가 역전패를 당했던 지난해 란커배 결승전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승률 그래프는 크게 요동쳤다. 신진서에게 유리했던 승률 그래프가 5대 5로 팽팽한 균형을 맞췄다.

지난해 역전패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 구쯔하오의 실착이 나왔다. 진즉에 초읽기에 몰린 구쯔하오가 난해한 전투에서 길을 잃을 듯했다. 이후부터는 모든 게 쉽게 풀렸다. 신진서의 수는 매번 구쯔하오의 급소를 정확히 찔렀고, 형세는 금세 20집이 넘는 대차까지 벌어져 버렸다. 더이상 어찌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구쯔하오가 조용히 돌을 거뒀다.

신진서에게는 통렬한 복수극이었다. 지난해 란커배 결승에서 신진서는 구쯔하오에게 통한의 역전패를 당했었다. 신진서는 꼬박 1년을 기다렸고, 결승에서 지난해의 적수를 다시 만나 복수에 성공했다. 우승을 확정한 뒤 신진서는 “란커배 결승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왔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보람되고 기쁘다”며 “작년 대회 준우승의 아쉬움을 털어내서 다행이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신진서는 올해 최악의 슬럼프를 겪었다. 연초만 해도 분위기가 좋았다. 1월에 개인 통산 3번째로 LG배를 들어 올렸고, 2월에는 농심배에서 기적의 6연승을 거두며 한국의 역전 우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부터 신진서는 이유 모를 부진에 빠졌다. 3월 열린 제15회 춘란배 16강전에서 중국 양카이원에게 140수 만에 불계패했고, 5월 열린 제29회 LG배 16강에선 국내 랭킹 20위의 한상조 6단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7월에는 제10회 응씨배 16강에서 중국 왕싱하오에게 패배했다. 올해 진행된 3개의 세계 대회에서 본선 1회전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에 바둑 팬은 크게 술렁거렸다. 그 사이 90%에 육박했던 승률도 곤두박질쳤다. 란커배 우승 전까지 신진서의 올해 성적은 47승 9패 승률 83.91%였다.

긴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신진서는 다시 세계 최정상 자리에 섰다. 올해 남은 세계 대회 우승컵은 11월 본선 32강전이 열리는 삼성화재배뿐이다. 2년 전 삼성화재배를 차지했던 신진서는 지난 대회에선 중국 셰얼하오에게 대마를 잡히는 수모를 당하며 8강에서 탈락했다. 복수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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