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3년만에 장편 낸 김애란 “무언가를 그만두는 것도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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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은 “같은 주제를 긴 시간에 걸쳐 변주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저는 성장의 의미를 다르게 바라봤습니다. 보통 성장이라고 하면 성취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소설에는 그와 반대로 무언가를 그만둔 아이들이 나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내 고통만큼 다른 사람의 상처도 이해하게 되길 바랐습니다.”

소설가 김애란(44)이 장편 『이중 하나는 거짓말』(문학동네)로 돌아왔다. 소설은 ‘그림과 비밀’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고교 2학년생 세 친구가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을 담았다. 김애란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신작을 “성장소설이자 가족소설”이라고 설명하며 ‘성장’의 의미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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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중 하나는 거짓말’은 소설 속 독특한 자기소개 방식에서 따왔다. 소설 속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자기소개를 시키며 거짓인 문장을 하나 섞으라고 주문한 뒤 나머지 아이들에게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가려내도록 한다. ‘거짓말’은 서사의 재미와 아이들의 유대를 강화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소설에 웹툰을 그리는 친구들이 등장하는데요. 흔히 소설이나 웹툰을 허구나 픽션이라는 말로 표현하잖아요. 저는 그보다 거짓말이 더 큰 말이라고, 더 큰 괄호라고 생각해요. 허구라고 하면 재미를 위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지만 거짓말이라고 하면 우리가 자신을 속일 때 하는 기만적인 거짓말, 누군가를 배려하는 거짓말, 일상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짓말까지 포함되니까요.”

주인공 중 한 명은 죽을 사람을 미리 알아보는 초능력의 소유자다. 그의 소설에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던 환상적 요소다.

“단편에서 현실적인 소재를 주로 다뤘기에 장편에는 환상적인 설정을 넣고 싶었습니다. 다만 그 환상은 다분히 현실적이어서, 자신의 기억에 자리 잡은 상처나 여러 문제를 겪고 있는 친구와 얽혀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의 이야기도 나오고요.”

가족은 그가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다.

“첫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였는데요, 이번엔 반드시 피가 섞이지 않아도, 인간이 아니더라도 가족일 수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애란에게는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가 따른다. 단편 ‘노크하지 않는 집’으로 제1회 대산대학문학상(2002)을 받았을 때가 22살이었다. 2005년 한국일보문학상을 최연소(25세) 수상했다. 2009년 신동엽창작상, 2010년 김유정문학상, 2011년 젊은작가상 등을 받았다.

“출판사에서 ‘젊은 거장’이란 수사를 써주셨는데… 입학 때 맞추는 교복 같은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교복은 일부러 크게 맞추잖아요. 제 몸에 꼭 맞는 수사가 아니라, 옷 크기에 몸을 맞춰가라는 의미로 선물처럼 주신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려라 아비』 『바깥은 여름』 『비행운』 등 여러 히트작을 낸 등단 23년 차 작가지만 장편은 13년 전 『두근두근 내 인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머지않은 시기에 단편집으로도 인사드리겠습니다. 단편과 장편을 교차하면서 쓰다 보니까 둘 다 늦어졌습니다. 쓴 시간 외에 헤맨 시간, 버린 시간도 있습니다. 낭비라기보다 제가 치러야 했을 차비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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