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폭염에 터지는 낡은 변압기…전세계 '수퍼 사이클' 수요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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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부산 연제구의 한 아파트 298가구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같은 날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도 정전이 일어나 662가구의 전기 공급이 중단돼 무더위 속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두 사고 모두 노후 변압기 고장이 원인이었다.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노후 전력기기 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변압기는 통상 발전소에서 만들어 낸 전기를 각 가정이나 공장 등에 송전하기 위해 전압을 낮추거나 높이는 역할을 한다. 변압기는 30년에 한 번 교체하는데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서 수요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한 수퍼 사이클이 도래했다.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다. 25년 넘은 변압기와 송전선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이다. 대부분 1960년~70년대에 지어져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엔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AI(인공지능) 열풍이 불면서 데이터 센터 증설이 이어지자 한국산 변압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미국이 미중 갈등 속에서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전력망에서 중국산 장비 사용을 금지하고 있어 한국의 변압기 업체들이 북미 시장에서 반사 이익을 누리는 측면도 있다.

없어서 못 파는 K-변압기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변압기(용량 1만㎸A 초과 기준) 수출액은 전년 대비 53.7% 늘어난 4억7647만 달러(6600억원)로 최근 10년 이래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초 미국 최대 전력회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와 배전용 패드 변압기 3500대, 1062억원의 공급 계약을 맺었다. 배전 변압기 단일 수주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다. 효성중공업 역시 지난달 노르웨이 국영 송전청 '스타트넷'(Statnett)에 총 33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LS일렉트릭은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변압기 수주에 성공하며 2026년 물량까지 수주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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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울산 동구 HD현대일렉트릭 스마트 공장에서 직원들이 생산 중인 변압기 앞 키오스크를 통해 도면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HD현대일렉트릭

해외에 공장 추가

몰려드는 해외 수주를 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은 생산 능력 확대에서 나서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각각 272억원, 180억원을 투자했다. 이들 공장에서 공사가 마무리되면 연간 2200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최근 부산에 위치한 초고압변압기 공장 증설 계획을 수정해, 투자 규모를 당초 803억원에서 1008억원으로 늘렸다. 생산능력이 당초 2.2배에서 3.3배로 늘어난다. 효성중공업도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미국서 인수한 미국 멤피스 생산 기지 증설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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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 부산사업장 전경. 사진 LS일렉트릭

노후변압기 교체 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각국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함에 따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금융연구소는 글로벌 전력망 투자 규모가 2020년 5320억 달러(321조원)에서 2030년 5320억 달러(727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전력 수요 역시 2030년엔 2021년 대비 24%가량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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