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광복회발 '반쪽 광복절' 나비효과?…정부, 독립운동 공법단체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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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광복회 외에 독립운동 관련 공법단체를 추가 지정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광복회가 정부의 광복절 경축식 행사 참석을 거부하며 정쟁으로 번진 가운데 이뤄지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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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주년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가 주최한 8.15 광복절 기념식에서 이종찬 광복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스1

정부 관계자는 22일 “그동안 독립 영역에서 공법단체가 추가 지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며 “최근 민주 영역에서 공법단체가 지정된 사례가 있어 독립 영역에서도 공법단체 추가를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법단체를 관할하는 국가보훈부 중심으로 수요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독립·호국·민주 영역으로 구성된 보훈부 관할 공법단체는 현재 모두 17개다. 영역 별로 호국 10개, 민주 6개 단체가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독립은 광복회 하나다.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이 1965년 창립한 광복회는 1973년 공법단체로 지정돼 연간 약 30억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고 있다.

민주 영역의 경우 지난 2022년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등 5·18 3단체가 추가로 공법단체에 지정됐다. 보훈부 관계자는 “내년 광복 80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다른 분야에 비해 독립 분야 공법단체 비중과 지원이 낮아 추가 지정에 대한 민원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독립 분야 공법 단체의 규모 자체를 늘린다는 설명이지만, 시기상 공교로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독립기념관장 임명 사태에서 드러난 광복회의 ‘독점적 지위’에 대한 문제 제기 성격도 깔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어서다.

광복회는 김 관장을 8·15 건국절을 주장하는 뉴라이트, 친일 인사로 규정하며 지난 15일 정부 주최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별도 행사를 열었다. 광복절 경축식에서 매년 빠짐없이 기념사를 맡아온 광복회의 불참은 처음이었다. 이에 정부 내에선 “독립단체의 정치화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시 “독립운동과 광복의 주체가 광복회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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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 지정될 수 있는 독립 영역 공법단체 후보군으로는 순국선열유족회가 우선 꼽힌다. 광복회가 불참한 지난 광복절 경축식 때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은 기념사를 하며 이종찬 광복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이밖에 3·1운동기념사업회와 순직의무군경 유족 단체 등도 언급된다.

다만 관건은 국회 논의다. 공법단체 추가 지정은 국가유공자단체법 등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서 광복회와 보조를 맞춘 야당이 정부의 의도를 의심하며 반대에 나서면 공법단체 추가 지정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순국선열유족회를 공법단체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가유공자단체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다가 폐기됐다.

광복회의 반대도 변수다. 광복회 관계자는 “민주·호국 단체와 독립운동 관련 단체는 성격이 다르다”며 “민족을 위한 독립운동 뜻 자체는 하나라는 의미에서 지난 60년간 광복회가 유일한 공법단체로 기능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편향적 인사에 항거하는 상황 속에서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추진하는 게 사실이라면 독립운동 후손들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법단체가 늘어나면 각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줄어드는 등 광복회 운영에 타격이 불가피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보훈부 관계자는 “공법단체 예산은 총액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므로 공법단체가 추가 지정되더라도 광복회의 예산이 삭감되거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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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동일 순국선열유족회장 등 참석자들과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충분한 검토와 논의를 거쳐 공법단체 추가 지정에 대한 입장을 정리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공법단체 추가 지정은 법 개정 사안인 만큼 대통령실에서 바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며 “5·18단체도 공법단체가 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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