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은 이창용 "가계부채 증가 위험신호, 지금 막지 않으면 안 돼"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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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 22일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물가 상승률 둔화로 금리 인하 요건이 조성됐음에도 '동결'을 택한 건 ‘금융안정’에 더 방점을 뒀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며 “내수 부문은 시간을 갖고 금리 인하 폭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지금 막지 않으면 위험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소득수준에 비해 부채 규모가 커지면 대내외 충격에 취약해져 금융안정이 저해되고, 민간소비와 경제성장세가 위축될 수 있다. 금통위원들은 이날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는 데 전원 동의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닫힌 것은 아니다. 이 총재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라고 공개했다. 구체적인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이 총재는 “연내 남아있는 10월ㆍ11월 금통위에서도 내수와 금융안정(가계부채 증가세 등) 사이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금융안정을 확인한 뒤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조건부 피벗(통화정책 전환)'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통위원들은 3개월 후 금리 수준을 어떻게 전망하나.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여섯명 중 네명은 향후 3개월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나머지 두 명은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다.”  
“네명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되는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다. 두 명은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에는 시차가 있고, 향후 3개월 동안은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하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금통위원 중 4명이 향후 3개월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시장에서는 10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높아진 것 같은데.
“향후 3개월이라고 하는 것은 10월과 11월 금통위 회의가 모두 포함돼 있다. 금리 인하 시기는 앞으로 나올 지표들을 보고 결정되는 것이라,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에 앞서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를 크게 우려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보다는 거시건전성 대책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 아닌가.
“금융안정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 중 하나이고, 금융안정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가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이기 때문에 그런 각도에서 보고 있다. 부동산 가격 문제는 공급 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을 통해서 조절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은이 계속 이 문제를 강조하는 건, 한은이 이자율을 급히 낮춘다든지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각에선 서울 지역의 집값을 금리 결정의 고려사항으로 보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특정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 그러나 금융안정이라는 목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한은이 장기적인 한국경제의 발전방향을 봤을 때도, 부동산 가격 상승이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우선 소득 대비 가격이 너무 올라가면 버블이 꺼졌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원 배분 측면에서도 부동산 부문에 돈이 다 쏠리는 상황, 경기가 좀 나빠지면 부동산 경기를 살려서 해결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 한국경제에 좋은 것이냐. 금통위원들은 이런 고리를 한 번 끊어줄 때가 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이른바 ‘영끌족’에게 경고를 보낸 바 있는데, 그런 경고가 현재에도 유효한가.
“2018~2021년에 부동산 가격이 굉장히 빠르게 올라갔던 시기를 생각해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있다면, 두 가지 면을 좀 더 고려해야 한다. 첫째는 정부가 과거와 달리 현실적이고 과감한 공급 정책을 발표한 상태다. 이게 부동산 가격 상승세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예전의 0.5% 정도의 금리 수준으로 내려간다고 생각하고 ‘영끌’로 빚을 내려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다. 현재 금통위원들은 한국은행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부추기는 정도로 통화정책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걸 명확하게 하고 있다.”
내수 부진 우려에 따라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것이 사실이다. 금리를 계속 높게 유지해서 내수 부진이 가속화할 수 있고, 가계부채 증가세에도 위험 신호가 들어오고 있어서 상충 관계에 있다. 이번에 금리를 동결한 건 금융안정 측면에 비중을 더 뒀기 때문이다."
"다만 내수 가운데 소비성장률은 올 하반기 1.8%로 전망되는데 잠재성장률(2%) 수준을 고려하면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자영업자나 취약계층이 굉장히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전반적인 경기나 소비가 나쁘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금리를 낮추면 취약계층 빚 상환에 도움이 되겠지만 이미 시장금리가 하락해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금리 인하 결정에 대해서 “내수 측면에서 아쉽다”는 입장을 냈는데.
“지금 상황이 (내수와 금융안정 중) 어느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본다.(내수와 금융안정의) 상충관계를 조율해서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지, 10월과 11월에 보면서 금리를 결정해 나가겠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많이 오르면서 한은이 금리 결정에 있어서 환율에 대한 부담은 덜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율은 워낙 여러 요인에 영향을 받고 변동성도 크기 때문에, 며칠 새 환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안전하다'거나 '마음을 놓아도 된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미국 금리 인하가 명확해지면, 국제 요인보다 국내 요인에 좀 더 가중치를 두고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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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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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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