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40일이나 짧은 '북극 지름길'로 배 띄운 중국…한국 못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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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북극 지역에서 얼음을 헤치며 항해하는 러시아 핵추진 쇄빙선. AFP=연합뉴스

북극을 낀 바닷길 ‘북극항로’가 다시 해운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중국 산둥성 르자오(日照)항을 출발한 중국 '뉴뉴시핑라인'의 컨테이너선 신신하이2호(Xin Xin Hai 2)가 베링해협(러시아 동쪽과 알래스카 서쪽)을 통과했다는 소식이 22일 국내 업계에 알려지면서다. 이 배가 이용한 북극항로는 러시아 북부 해안을 따라 유럽으로 이어지는 바닷길이다. 같은 달 초 타이창(太倉)항을 출발한 신신하이1호도 현재 북극항로를 타고 유럽 쪽으로 운항하고 있다.

반면, HMM 등 한국 해운사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남단을 지나는 먼 길을 돌아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슬람 반군 후티의 공습으로 9개월째 홍해와 수에즈운하가 막힌 탓이다. 홍해 통과 때보다 거리는 6500㎞ 더 길어지고, 시간도 7~8일이 더 걸린다.

현재 부산을 출발한 상선이 희망봉→유럽 항로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0일(왕복) 정도. 화물 운송 요금이 올라 수출입 물건을 부치는 화주(貨主)들의 부담도 커졌다. 이에 비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부산을 출발 상선이 60일이면 유럽을 오갈 수 있다. 화주들이 북극항로를 주시하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 한국 상선들에게 이 지름길은 ‘그림의 떡’이다.

對러시아 제재에 막힌 북극항로  

북극항로의 물동량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성장세가 멈춘 상태다. 침공 이전인 2011~2021년 동안은 10배 가까이 성장했다가 물동량이 확 줄었다. 북극항로를 이동할 땐 바다에 떠있는 얼음에 배가 손상될 수 있어서 러시아에 돈을 내고 쇄빙선(碎氷船)의 호위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이용하는 데 대한 국제 제재가 가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북극항로를 지나는 물동량은 전 세계의 1%가 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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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항로 개념도. 현재 한국 배들은 후티 반군의 위협으로 수에즈운하가 아닌 남아공 희망봉 남단으로 우회해 유럽에 닿는다. 자료 해양수산부

해운업계가 거론하는 대안 중 하나는 한국형 쇄빙선 개발이다. 4m 두께의 얼음을 헤쳐갈 수 있는 쇄빙선을 이용하면 러시아 영해 바깥으로도 운항할 수 있어서 지정학적 갈등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기대다. 최수범 국립인천대 북방물류사업부단장은 “한화오션이 특수 쇄빙선 건조 경험을 갖고 있어, 기술적인 문제는 크지 않다”라며 “정부에 추진 의지가 있는지, 누가 투자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대안은 캐나다 북부 해안쪽 북극항로다. 최 부단장은 “캐나다엔 쇄빙선이 없어 북방항로의 한 편에 캐나다가 있다는 걸 간과하기 쉬운데, 캐나다와 미국 등 관련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신항로를 개척할 필요도 있다”라고 말했다. 캐나다 북부의 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운하를 거쳐서 유럽을 오갈 때와 비슷한 기간(약 90일 안팎)이 걸릴 것이란 게 해운업계의 예상이다. 수에즈운하 통행료 부담을 덜고 해적·반군의 공격 위험이 낮다는 점 때문에 캐나다 북쪽 항로의 개척 필요성이 거론된다.

이밖에 중국의 대만 위협이 현실화 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서라도 북극항로와 같은 대체 경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온다. 한국 상선들이 중국 동남쪽 해역에서 운항 제한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해상법)는 “국제 사회의 협력과 규제에 항로 발전 여부가 달려있다”라며 “한국이 북극이사회의 관찰국(Observer)으로서 국익에 부합한 논리와 명분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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