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패션·예술·공예 어우러진 ‘수집가의 집’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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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색감의 초록색 타일이 외벽을 감싼 건물. 벽 한가운데는 액자처럼 사각 창이 나 있고, 그 안엔 ‘이 시대의 가장 창의적인 디자이너’로 불리는 조나단 앤더슨이 만든 옷과 직접 고른 예술 작품이 한 폭의 그림처럼 자태를 뽐낸다. 이곳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 로에베의 집. 지난 7월 25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까사 로에베 서울(CASA LOEWE Seou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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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로에베 서울. [사진 로에베]

로에베의 집, 수집가의 집

까사(Casa)는 스페인어로 집(Home)을 뜻한다. 패션 브랜드의 일반적인 플래그십 매장과 달리, 로에베는 이곳을 브랜드의 고향인 스페인 감성을 담아 자신들의 ‘집’이라 명명했다. 1846년 브랜드 창립 이후 패션과 함께 예술과 공예를 중요시해온 로에베는 까사 로에베 서울을 패션·예술·공예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조성했다.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은 이곳을 기획하며 ‘수집가의 집(Collector’s home)’이라는 컨셉을 세웠고, 공간과 공간에 담긴 콘텐트까지 자신이 직접 큐레이션 했다.

 이곳은 로에베의 국내 첫 단독 매장이다. 그간 백화점 등에 입점해 있었지만, 브랜드를 더 잘 보여주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빛이 잘 드는 3개 층으로 이루어진 매장엔 여성 및 남성복, 핸드백, 슈즈, 액세서리, 아이웨어, 가죽 소품, 스카프와 숄 등 로에베의 모든 제품이 있다. 악어·파이손 같은 특수 가죽을 사용한 가방 등 브랜드의 희소성 있는 제품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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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로에베 서울 오픈식에 직접 현장을 찾은 로에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사진 로에베]

 까사 로에베 서울을 이야기할 땐 ‘조나단 앤더슨’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예술적인 시각 언어가 공간으로 구현된 곳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산 핸드메이드 세라믹 타일로 장식한 건물 외관은 매장 앞의 초록빛 나무, 인근의 도시 풍경과 어우러지게 했다. 매장 안은 블루·브라운·그린 색상의 세라믹 타일이  콘크리트, 오크 나무와 황동, 대리석 등 소재와 조화를 이룬다. 손님이 자신이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 위치는 넓은 유리를 통해 빛을 충분히 받으면서도 까사 로에베 서울이 가지고 있는 예술품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 선택했다.

 맞춤형 펠트를 입힌 베린 클럽의 의자, 게리트 토마스 리트벨트가디자인한 각진 위트레흐트·스텔트먼 의자, 조지 나카시마의아메리칸 블랙 월넛과 캔버스로 제작된 코노이드 쿠션 의자 등이 곳곳에 배치돼 예술적 감성을 높여준다.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블랙 테라조 테이블, 독특한 질감의 앤틱 도자기도 엄선됐다. 바닥엔 영국 섬유 예술가 존 앨런의 추상 풍경화 ‘언덕 위의 페버릴(Peveril of the Peak)’ ‘백마와 강(White Horsewith River)’ ‘바다에 닿은 강(The River Reaches the Sea)’을 재현한 스페인산 핸드메이드 울 카펫이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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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사 로에베 서울 내 설치된 일본 작가 치쿤사이 타나베 4세의 '창조의 원천'. 패션과 예술을 상징하는 두 개의 대나무 기둥이 1층에서 출발해 3층까지 이어지며, 두 장르가 하나로 모아지는 웅장한 작품이다. [사진 로에베]

패션과 하나 된 예술과 공예

로에베가 엄선한 다채로운 예술·공예 작품은 매장 디자인을 완성하는 요소다. 일본 작가 치쿤사이 타나베 4세의 ‘창조의 원천(Source of Creation, 2024)’은 여러 층을 관통하며 이어지는 대나무 조형물. 얇은 대나무는 최소한의 고정 장치만을 사용해 손으로 일일이 꼬아 만든 것으로 공예의 정수를 보여준다. 1층 중앙 아트리움에 자리한 나무줄기 형태의 원기둥 두 개는 긴밀하게 연결된 ‘패션과 예술’을 상징한다. 이 나무줄기는 2층까지 뻗어 올라가면서 얽히고설켜 다시 하나로 뭉쳐진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수상작도 두 점 전시됐다. 일본 도예가 에리코 이나자키의 지난해 수상작 ‘메타노이아(Metanoia, 2019)’와 한국 작가 정다혜의 2022년 수상작 ‘성실의 시간(A Time for Sincerity, 2021)’이다. 2019년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됐던 이영순 작가의 ‘코쿤탑 시리즈–1(Cocoon Top Series–1, 2019)’은 한지로 만든 여러 개의 화분을 쌓아 올린 작품으로 까사 로에베 서울에서 영구 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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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존 워드의 1980년대 작 도자기. 조나단 앤더슨이 까사 로에베 서울을 위해 직접 모은 예술 작품이다. [사진 로에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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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라 사이먼의 2021년 작 '크림'과 강렬한 색상으로 눈길을 사로 잡는 러그와 의자들. [사진 로에베]

9월 3~8일 이재익 작가 특별전도

 로에베는 오는 9월 3일부터 8일까지, 2023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바 있는 이재익 작가의 특별 전시 ‘셰이프 오브 라이프(Shape of Life)’ 도 이곳에서 개최한다. 이 작가는 사물이 일상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탐구하며 주얼리·가구·조명 설치물을 선보여 왔다. 이번 특별전에선 그의 ‘트랜지션(Transition)’ 시리즈가 공개된다.
 프리즈 서울 2024의 공식 프로그램인 이번 특별전은 이 작가의 기존 작품뿐만 아니라, 로에베와 특별 협업으로 제작된 가죽 브로치 시리즈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공예의 발전에 기여해온 로에베의 지속적인 애정과 노력의 일환이다. 전시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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