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600개 부품, 5년 걸려 완성한 걸작... 스위스 명품 시계 리차드 밀의 면모 [더 하이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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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이 자신들의 혁신성을 보여주는 새 시계 ‘RM 65-01 오토매틱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이하 RM 65-01)’를 발표했다. 제품 이름엔 시계의 주요 기능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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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3만6000회 고속 진동하며 정확하게 시간을 알리는 리차드 밀의 RM 65-01 오토매틱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모델. [사진 리차드 밀]

오토매틱은 로터의 회전을 통해 자동으로 동력을 축적하는 기능이다.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는 2개의 크로노 초침이 있는 메커니즘으로, 동시간에 시간의 흐름을 연달아 잴 수 있는 기능이다. 더블 크로노그래프 혹은 라트라팡테로 불리며, 소수 브랜드만 만들 수 있는 초 복잡 시계로 분류된다. RM 65-01은 이 기능을 오토매틱 무브먼트에 담은 브랜드 최초의 시계다. 리차드 밀 측은 600여개 부품으로 조립한 시계의 무브먼트 RMAC4칼리버를 개발하는 데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600개 부품이 만드는 하모니 
RMAC4칼리버는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이외에도 흥미로운 기능을 여럿 갖췄다. 크라운(용두)의 기능을 바꾸는 기능 셀렉터는 도드라진 특징이다. 3시 방향 푸시버튼을 누를 때마다 동력을 축적하는 와인딩 모드(W), 날짜 수정 모드(D), 시간 조정 모드(H)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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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크라운(용두)의 상태를 알려주는 기능 셀렉터. 와인딩, 날짜 수정, 시간 조정 등을 화살표 모양 바늘로 알려준다. [사진 리차드 밀]

특허를 받은 고속 와인딩 메커니즘은 크라운을 돌리는 대신 케이스 8시 방향 푸시버튼을 눌러 동력을 저장하는 전례 없는 기능이다. 무브먼트의 핵심인 밸런스 스프링은 시간당 3만6000번 빠르게 진동해 크로노 작동 시 1/10초 단위까지 시간을 잴 수 있다. 시계 착용자의 활동량에 맞춰 동력 축적 속도를 조절하는 가변 지오메트리 로터, 태엽 성능 향상을 위한 고속 회전 배럴 역시 주목할 만한 부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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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백으로 드러나는 무브먼트의 모습. 건축학적 미학이 돋보인다. [사진 리차드 밀]

리차드 밀 특유의 토노형 케이스는 쿼츠 TPT®로 만들었다. 신소재 전문 기업인 노스 씬 플라이 테크놀로지사가리차드 밀과 힘을 합쳐 개발한 합성 신소재다. 쿼츠 TPT®는 규소 기반의 실리카 섬유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필라멘트를 600층 이상 쌓아 올려 만든다. 층을 쌓을 때마다 레진 침전 과정을 거치며, 이후 물질의 강성을 높이기 위해 고온·고압 처리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쿼츠 TPT®는 CNC 가공을 거쳐 케이스 모양새를 갖춘다. 케이스 컬러는 시원한 바다와 하늘이 떠오르는 파스텔 블루다. 120점만 한정 생산하는 옐로 컬러 버전도 함께 내놨다. 케이스 크기는 44.5x49.94㎜, 두께는 16.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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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 65-01 오토매틱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옐로 컬러 버전. 120점 내놓는다. [사진 리차드 밀]

짧은 시간 하이엔드 시계 반열에 오르다
2001년 RM 001 모델을 발표하며 등장한 리차드 밀은 고급 시계 브랜드 반열에 금세 올라선다. 전통과 역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계 업계 특성상 첫 시계부터 반향을 일으키는 건 쉽지 않다. 성공의 열쇠는 발상의 전환과 혁신적 기술 도입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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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RMAC4 칼리버의 조립 과정. [사진 리차드 밀]

우주 항공, 자동차에 사용하는 소재를 시계 만드는 데 사용했고, 뼈대만 남긴 채 속을 드러내는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오크통을 닮은 토노 형태 케이스도 인기를 끄는데 한몫했다. 전통적 시계 제작을 따르지만, 전에는 없던 현대적 디자인에 리차드 밀 시계는 전 세계 시계 애호가의 수집 대상이 됐다.

서까래 아래에서 만나는 최고급 시계 공학
2013년 신라호텔 서울에 첫 부티크를 열며 한국에 직진출한 리차드 밀은 2017년 서울 청담동 명품거리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올해 다시 한번 터를 이동해 고객을 맞게 됐다. 2개 층으로 운영되며 그 규모는 약 300평(총 992㎡)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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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청담동 명품 거리 소재의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 건물 전체를 장식했다. [사진 리차드 밀]

이번 리뉴얼 오픈은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에 맞춰 진행됐다. ‘환대의 공간’을 주제로 구성한 부티크 리뉴얼도 새 콘셉트 중 하나로, 싱가포르 생 마틴 부티크에 이어 두 번째다. 서까래, 전통 창호, 문살 등 한국의 전통미를 담았고, 토종 소나무를 이용해 7m 높이의 외관 기둥을 세우는 등 건물 안팎으로 섬세하게 장식했다.

리차드 밀 성공의 열쇠는 바로 '가족'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 오픈을 기념해 창업자 아들 4명 중 하나인 알렉상드르 밀이 서울을 찾았다. 2012년부터 가업에 합류한 그는 리차드 밀의 미대륙 지사에서 현장 경험을 쌓고 현재 스위스 레 브뢸레에 위치한 본사에서 커머셜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그의 주요 업무에는 전세계 부티크 관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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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의 커머셜 총괄 알렉상드르 밀. 부티크 오픈을 맞아 한국을 찾았다. [사진 리차드 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알렉상드르는 “아버지의 꿈이었던 이 브랜드를 가족과 함께 이끌게 돼 기쁘다”고 말하며 “하이엔드 시계 제작은 물론 강력한 브랜드 DNA로 여러 분야와 힘을 합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번 부티크에서 리차드 밀이 추구하는 ‘가족적인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오픈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Q. 새 콘셉트를 적용한 매장이다.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다. 부티크를 찾는 모든 고객을 가족처럼 대하려는 콘셉트는 같다. 공간을 꾸미는 건 각 나라 직원에게 맡겼다. 창의성을 발휘할 동기를 주고 싶었다.”

Q. ‘가족’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
“리차드 밀의 정신이다. 여름 별장처럼 매장을 꾸미고 그곳으로 고객을 초대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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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을 서까래로 완성한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 2층 라운지 공간. [사진 리차드 밀]


Q. 서울 부티크에 시계 3점만 진열했다.
“재고 부족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단 서울 부티크의 문제만은 아니다. 뉴욕 매장 오픈 때엔 43개를 진열했다. 곧장 다 팔렸다. 진열장이 비어 있는 걸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매장 콘셉트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Q. 매장 콘셉트를 바꾸는 것이 정답은 아닐 텐데.
“짧은 시간에 생산량을 늘리긴 어렵다. 우선 시계를 살 수 없어 애타는 고객을 위해 환대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생각했다.”

Q. 한 해 생산량이 얼마나 되나.
“2023년엔 5500여 개 만들었다. 생산 최적화를 시도 중인데 그래도 6000개를 넘기지 않을 예정이다. 사실 우리에게 맞닥뜨린 과제는 시계의 총 생산량이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특정 모델을 적절한 시기에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종류가 많기 때문이다. 모델별로 생산량을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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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은 항공, 자동차 산업에서 사용하는 소재를 시계에 적용해 반향을 일으켰다. [사진 리차드 밀]

Q. 한국에 진출한 지 10년이 넘었다. 매력적인 시장인가.
“매출로 성공을 판가름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숫자만 생각했다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생산량과 매장 수를 늘리는 데 치중했을 거다. 우리는 틈새 브랜드다. 우리의 분위기와 가치를 잘 아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런 고객이 한국에 많다.”

Q. 짧은 시간에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은 무언가.
“성공한 전작에 기대지 않고 쇄신의 자세로 새 시계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 연구 개발단계부터 고객에게 전달하기까지 관련한 모든 과정에 걸친 사람을 가족처럼 대하는 것. 이것이 성공의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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