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패럴림픽 무대에서 주인공 되길 원하는 골볼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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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가장 화려한 무대에서 주인공이 되기를 꿈꾼다. 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30)이 파리 패럴림픽에서 선전을 다짐했다.

2024 파리 패럴림픽이 29일(한국시간) 개막한다. 한국 선수단에서 출전을 가장 먼저 확정지은 종목은 골볼이다. 여자 골볼 대표팀은 2022년 12월 세계선수권에서 사상 처음으로 준우승해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특히 8강에선 세계 랭킹 1, 2위를 다투는 일본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패럴림픽 출전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 이후 무려 28년만이다.

골볼은 시각장애인만 하는 스포츠다. 배구 코트와 같은 크기(가로 18m, 세로 9m)의 경기장에서 무게 1.25㎏의 공을 손으로 던지고 굴려, 상대 골대(폭 9m, 높이 1.3m)에 넣는다. 수비시엔 3명의 선수가 공 안의 방울 소리만 듣고 몸을 날려 막는다. 팔다리가 긴 선수가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깡'과 조직력으로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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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대표팀의 리더는 주장 김희진이다. 맏언니인 그는 센터 포지션으로 동료들에게 소리를 질러 지시를 내린다. 여자배구 김연경을 좋아하는 김희진은 김연경처럼 쿨하고 거침없다. 스스로를 '꼰대'라고 소개한 그는 "후배들도 잘 안다. 내가 꼰대라는 걸 인정하니까 선수들이 쉽게 다가오는 것 같다. 여자 선수들이라 감정적인데, 평소에도 서로 존중하고 배려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어린 선수들도 있지만 잘 소통하고 있다"고 웃었다.

시각장애 등급이 다르지만, 선수들은 아이패치와 안경으로 눈을 가리기 때문에 똑같은 입장이다. 대신 그만큼 부딪히거나 공에 맞아 다칠 수도 있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김희진은 "소통이 잘 안 되면 바로 부상이나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 팀워크가 매우 중요하다. 훈련 때도 호흡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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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낸 여자 골볼 대표팀. 가운데에서 상대 공격을 막아내는 김희진.

6살 때 녹내장으로 시각 장애 판정을 받은 김희진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잘했다. 육상 선수로 비장애인 선수들과 겨루기도 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맹학교로 전학했고, 2009년 체육 교사의 추천으로 골볼을 접했다. 고교 재학 중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2010년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엔 최연소로 출전했다. 이후 대표팀의 간판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스무살이 된 뒤 김희진은 또 하나의 직업을 가졌다. 바로 뮤지컬 배우다. 노래를 좋아했던 그는 가수의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시각장애인 최초로 뮤지컬에 출연했다. 비장애인 극단에 들어가 활동하고, 방송에서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그는 "경기장에서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게 뮤지컬의 매력이다. 하지만 패럴림픽을 앞두고는 골볼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목표는 동메달이다. 이번 대회엔 8개 팀이 출전했고, 일본, 프랑스, 캐나다와 같은 B조에 속했다. 한국은 개최국 프랑스를 제외하면 랭킹(16위)이 가장 낮다. 하나같이 어려운 상대지만, 조 2위 안에 들어 준결승에 오르는 게 1차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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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골볼 대표팀 주장 김희진. 사진 대한장애인체육회

정은선 대표팀 감독은 "우리 조의 팀들이 모두 메달 경쟁권 국가"라며 "남자 코치와 선수들이 세계 정상권 팀들의 구질을 파악해 던져주면 막는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 메달 획득을 위해 선수들이 야간 연습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희진은 "패럴림픽은 내게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다. 세계선수권에서 기적을 만든 것처럼, 다시 한 번 기적을 만들기 위해 모든 선수가 애를 썼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열심히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에너지 넘치고 개띠(1994년생)인 그의 별명은 '미친 개'. 김희진은 "패럴림픽에 대한 기대만큼 두려움도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패럴림픽에서도 미친 개처럼 신나게 뛰어 보겠다. 악착같이 해서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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