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처서 마법'도 '광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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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특보가 연일 이어진 지난 8일 오전 광주 서구 치평동 한 도로에서 살수차가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 달 넘게 에어컨을 틀고 살았더니 온몸에 열이 나고 아프네요. 온종일 습도도 높아 찜통 속에 갇힌 느낌입니다.”

지난 24일 오후 9시 3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전남대 운동장. 지인들과 함께 음료수를 마시던 김영철(49)씨는 “광주에 29일 연속 열대야가 이어지는 바람에 열흘 넘게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광주·전남 4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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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29일째 지속된 지난 24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시민들이 무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황희규 기자

광주·전남에 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광프리카(광주+아프리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이후 광주·전남의 평균 열대야 일수는 기상관측(1973년) 이래 최다인 27.6일로 집계됐다. 열대야는 밤사이(오후 6시 1분~다음날 오전 9시)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광주·전남 열대야는 역대 최다인 2018년(25.7)보다 1.9일 늘어난 것으로, 제주(42.5일)를 제외한 전국 육상 시·도 중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다. 시·도별로는 서울·경기 23.8일을 비롯해 전북 22일, 충남 21일, 경남 20.9일, 강원 20일 연속으로 각각 열대야가 발생했다.

덥고 습한 광주, 처서 지나도 ‘광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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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대야일수 전국 분포도. 기상청 누리집 캡처

기상청은 해수면의 온도가 30도 안팎으로 달아오른 서해에서 한반도로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더위가 마법처럼 사라진다는 ‘처서’(處暑·22일) 이후로도 폭염이 연일 맹위를 떨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광주·전남처럼 고온다습한 남서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에서 더위를 더욱 강하게 느낀다”고 설명했다. 광주는 기상청의 최근 10년간(2015~2024년) 여름철(5~9월) 체감온도 통계에서도 전국 1위(29.52도)를 기록했다. 체감온도는 기온과 습구온도 등을 토대로 인간이 느끼는 더위를 수치로 계산한 것이다.

어류 392만 마리, 닭·오리 18만 마리 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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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몽마르뜨 공원에 설치된 온도계에 현재 기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급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광주·전남 곳곳에서 폭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남 해남에서는 지난 24일 오후 2시쯤 밭일을 하던 A씨(88)가 온열질환 증세로 쓰러져 사망했다. A씨 사망으로 올해 광주·전남 온열질환 사망자는 4명으로 늘어났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광주·전남의 누적 온열질환자(열사병·열 탈진 등)는 379명에 달한다.

육상과 바다를 가리지 않고 폭염이 이어지면서 양식 어류와 가축 폐사 피해도 속출했다. 전남에서는 여수시를 비롯한 5개 시·군에서 넙치와 조피볼락(우럭) 등 양식 어류 392만 마리가 폐사했다. 올해 전남지역 79개 어가의 피해액만 107억6200만원에 달한다. 닭과 오리 등 가축도 광주·전남에서만 18만 마리가 폐사했다.

“태풍 ‘산산’ 지나가면 다시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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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에 열대야 현상이 29일째 이어진 지난 24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시민들이 운동을 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다. 황희규 기자

기상청은 다음 달 초까지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에서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가 내리는 곳은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지만,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기온이 다시 올라 무더운 날씨가 반복될 것이란 예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번 주 중후반에 제10호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유입돼 무더위가 일시적으로 누그러질 수 있다”며 “다만 티베트고기압이 재확장하고, 고온건조한 서풍과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면서 다시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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