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파친코’ 이민호·김민하 “이민자들 넘어서 모든 세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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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사진 애플TV+

“두 아이 엄마인 선자로서 모성애 표현이 가장 고민이라 7남매 키우신 할머니께 여쭤보니 ‘그냥 했어(키웠어)’라고 하셨어요. 이유 따윈 없이 무조건적인 사랑이란 걸 연기하면서 느꼈죠.”(김민하)

“한수에게 선자는 ‘날 존재하게 하는 건 뭔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들어요. 그게 사랑일 수도 가족일 수도 있는데, 한수는 가장 소중한 것을 떠나보낸 뒤 진정 원하던 걸 깨닫게 되죠.”(이민호)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의 화제작 ‘파친코’ 시즌 2(8부작)가 지난 23일 1화를 공개하며 베일을 벗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민진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2022년 시즌1(8부작)에 이어서 4대에 걸친 재일조선인 가족의 삶과 애환을 그려간다.

시즌 1·2에 걸쳐 주인공 선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김민하(29)와 그의 상대이자 일본 음지에서 성공한 사업가 고한수 역의 이민호(37)가 23일 제작발표회 및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이들은 서로에 대해 “오디션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선자다’ 싶었고 촬영 때마다 놀라웠다”(이민호) “말 한마디에 움찔하게 될 정도로 매번 압도당했다”(김민하)고 연기 호흡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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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호와 김민하(오른쪽)가 23일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애플 TV+ '파친코' 시즌 2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시즌1에서 고한수가 가정 있는 남자인 걸 모르고 그의 아이를 가졌던 선자는 목사 남편을 따라 일본 오사카로 건너왔다. 시즌 2는 1945년 막바지로 치닫는 태평양전쟁이 배경. 선자는 투옥된 남편을 대신해 생계를 꾸려가던 중 자신을 물밑에서 도와준 한수와 14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일본인 야쿠자의 사위로서 각종 이권·밀수 사업으로 성공한 한수는 선자네 가족을 피난시키려 하지만 선자는 남편을 두고 갈 수 없다고 맞선다.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김민하는 “한수라는 인물이 도통 이해 가지 않았는데, 현장에 가면 (이민호 덕에) 본능적으로 설득됐다”고 했다. 중년 사업가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당시 5~6㎏ 정도 살찌웠다는 이민호는 “(술잔으로 어두운 내면을 표현하면서) 화면에서 위스키 냄새가 뚫고 나오길 바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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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사진 애플TV+

시즌 1과 마찬가지로 시즌2 역시 손자 세대인 솔로몬(진하)이 이끄는 1989년 거품 경제 시기 일본의 토지 개발 및 금융 사업 이야기와 교차 전개된다. 약 반세기 격차를 둔 사회상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총 60여개의 세트장을 지었다. 선자가 김치에 이어 국수를 팔게 되는 오사카 시장거리는 캐나다 토론토에 실제 규모로 꾸몄다. 김민하는 “시장 장면 찍을 땐 항상 정신없었고 실제로 늘 있던 곳 같아서 바로 몰입됐다. 막걸리 밀주 만드는 과정을 사흘간 배웠는데, 서두르면서 안 들키려는 동작을 몸으로 익혔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글로벌OTT와 시리즈물을 찍은 것은 처음. 성인 연기 5년 차에 첫 장편 주연을 글로벌 작품으로 꿰찬 김민하는 “선자를 만난 건 한마디로 천운이었다”고 했다.

“시즌1 공개 후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니 모든 게 바뀌었어요. 이 상황에서 내가 원래 하려던 것, 내 색깔, 지키고 싶은 가치를 잃지 않아야겠다 싶었고 발에 땅을 딛고 있으려 노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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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사진 애플TV+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총 9900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는 대표적인 한류스타 이민호의 감회는 더한 듯했다.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등으로 청춘스타 이미지가 강한 그는 “연기 면에서 답답함을 느끼며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욕구가 있었을 때 마침 파친코를 만났다”고 돌아봤다.

“한국 작품이 아니라 해외 대본이라서 신선함을 느낀 데다, 배우로서 깊은 감정을 소화하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한 경험이 40대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파친코는 부산 영도에서 출발하는 이민 가정 이야기지만, 4대에 걸쳐 한국·일본·미국의 개인과 역사가 교차하는 디아스포라(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기) 서사이기도 하다. 전쟁과 폭력, 빈곤과 절망 속에서 강인한 희망과 사랑을 녹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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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의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2의 한 장면. 사진 애플TV+

김민하는 “뉴욕 프리미어(시사) 행사로 정말 다양한 분들의 호응을 접했다. 어느 여성 퇴역군인은 지금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 했는데 드라마 보면서 눈물을 흘리셨다. 대만에서 온 유학생이 ‘나 떠날 때 엄마 생각났다’고 한 후기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민호는 “이민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딸이 또 엄마가 되는 과정들 속에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이야기이고, 역사적으로나 지금도 소외된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 면에서 울림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시즌1 때 주요 출연진이 시대·의상에 구애받지 않고 ‘막춤’을 춰 화제가 된 오프닝 시퀀스는 시즌2의 배우들이 합류해 새 버전으로 돌아왔다. 김민하는 “1980년대 (역할을 한) 배우들과 만날 기회는 사실상 오프닝 찍을 때 뿐이라 반가웠고, 아역배우들도 '어떻게 하는 거죠?' 하면서도 너무 잘 춰서 사랑스러웠다. 웃음밖에 안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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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민호, 김민하, 윤여정, 김성규, 정은채(왼쪽부터)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울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애플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 투하와 일본의 패망 등 굵직한 세계사와 맞물리는 파친코 시즌2는 10월11일까지 매주 1회씩 공개된다. 노년의 선자는 오스카 여우조연상 윤여정이 그려낸다. 소설을 영상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선자와 한수 외에 경희(정은채)와 창호(김성규)의 긴장관계 등이 보다 입체적으로 그려질 전망이다. 3개 국어, 10개 지역방언이 활용되는 데다 시대 및 사건이 교차하는 편집 방식이 다소 혼란스러워 장대한 스케일에 비해 감정 몰입이 다소 끊기는 점이 아쉬운 편이다.

한국계 수 휴가 각본 및 총괄 제작을 맡았고 3명의 감독(리안 웰햄, 진준림, 이상일)이 회차를 나눠서 연출했다. 앞서 시즌1은 제28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최우수외국어시리즈상, 제32회 고섬 어워즈 최우수장편시리즈상 등 11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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