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美전문가 "케네디 효과 제한적"…'해리스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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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 전문가들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주 전당대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전당대회 직후 이뤄진 제3지대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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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이자 202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현재 상황에서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대체로 ‘해리스 우세’에 무게를 실었지만, 모두 초박빙의 승부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중앙일보가 전문가 3명의 의견을 물은 결과다.

“중도적 접근 내세운 에너지 분출”

로버트 슈멀 노터데임대 교수는 24일(현지시간)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트럼프와 대비되는 통합과 중도를 내세워 트럼프를 고립시키려는 의도가 돋보인 전당대회였다”며 “양극화에 실망한 다수 미국인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다. 토마스 슈워츠 밴더빌트대 교수도 “트럼프의 독무대였던 공화당 전당대회와 달리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이 단합해 에너지를 분출한 점이 두드러졌다”며 “특히 ‘우리는 돌아가지 않는다(we are not going back)’는 주제로 트럼프를 공격한 점은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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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실제 해리스는 22일 수락연설에서 ‘국민을 위해(For the People)’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며 “정당, 인종, 성별, 언어를 구별하지 않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에 대해선 “대통령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자신의 유일한 고객인 자신을 위해 어떻게 쓸지 상상해보라”고 비판했다.

“피상적 발언은 ‘동전의 양면’ 가능성”

다만 해리스가 국경과 이민 문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은 ‘동전의 양면’이 될 수 있어 보인다.

스테판 슈미트 아이오와주립대 교수는 “선거 과정에서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며 “과거 조지 W 부시가 선거 과정에서 ‘새로운 세금은 없다’고 했다가 집권 후 불가피한 세금 인상에 직면했을 때 큰 역풍을 맞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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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시에라 비스타에서 열린 미국-멕시코 국경 앞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같은날 38분여간 진행된 해리스 부통령의 수락연설 중 트럼프가 집중 공격하고 있는 국경문제에 대한 언급은 단 1분에 그쳤다. AP=연합뉴스

반면 슈워츠 교수는 “민감한 분야에 대한 입장이 없다면 트럼프의 집중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트럼프가 강조하는 국경문제 뿐만 아니라 해리스가 피상적으로 말한 ‘경제적 기회 균등’ 등에 대한 구체안이 없다면 배타적 관세와 자원 개발 등 가시적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에게 공격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례로 해리스는 전당대회에서 ‘친노조’ 성향을 강조했지만, 아직 130만명이 가입한 미국의 최대 노조 중 하나인 ‘트럭 운전자 연대(International Brotherhood of Teamsters·팀스터즈)’의 전폭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조위원장 션 오브라이언은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트럼프의 편을 들고, 이에 반발한 일부 조합원들은 민주당 전당대회 무대에 올랐다”며 “조합원 중에도 트럼프 지지자가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팀스터즈는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 대선에선 민주당을 공식 지지했다.

“‘케네디 효과’ 제한적…이슈 중심 전략 필요”

해리스의 ‘정책 모호성’에 대응하려면 트럼프가 선거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슈멀 교수는 “(인신 공격이 아닌)정책 중심으로 전략을 바꿔야 지금까지 상대방의 주장에 후속 대응을 해온 방식이 이슈를 선도하는 방식으로 변화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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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데저트 다이아몬드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무소속 대선 후보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주당의 컨벤션 효과 차단을 위해 전당대회 바로 다음날인 지난 23일 발표한 케네디 주니어의 트럼프 지지 선언 효과에 대해선 의구심이 제기됐다. 정책적 동질성이 제한된 개인 차원의 지지로 볼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슈워츠 교수는 “케네디 주니어의 지지는 격전지에서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트럼프와 다른 정책 노선을 보여온 케네디 주니어 ‘개인’의 지지 효과는 결정적 변수가 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슈미트 교수 역시 “케네디의 지지율은 5%대까지 떨어졌고, 더 중요한 건 그의 지지층 상당수는 이질적인 트럼프가 아닌 정책적 유사점이 있는 해리스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변수는 전쟁 상황과 TV토론”

전문가들은 남은 결정적 변수로 다음달 10일 첫 TV토론과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서 진행되는 ‘두개의 전쟁’ 변수를 꼽았다. 슈워츠 교수는 “해리스는 여전히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다음달 TV토론이 더 중요하게 됐다”며 “통상 ‘10월의 충격’으로 불리는 선거 직전 대형 스캔들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전쟁이 격화될지 여부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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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 겸 2024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전당대회 수락연설을 마친 뒤 부통령 후보 지명자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 부부와 손을 잡고 당원들의 환호에 응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슈멀 교수 역시 “해리스는 국내는 물론 외교 사안에서도 대통령이 될 준비가 됐다는 점을 증명할 기회를 강화해야 한다”며 “TV토론 등을 통해 신속히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전당대회에서 확인된 민주당의 강한 에너지는 생각보다 빠르게 식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해리스가 유리…그러나 70일은 길다”

전문가 3명은 모두 “현재 상황이라면 해리스가 당선될 확률이 보다 높다”면서도 “그렇더라도 박빙의 승부”를 전망했다.

슈워츠 교수는 “전국 득표에선 2016년 선거처럼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선거인단에선 270 대 268 또는 275 대 263 정도의 박빙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슈멀 교수도 “민주당의 결집과 후보의 비호감도 면에서 해리스가 유리하다”며 “그러나 선거에서 70여일은 ‘영원’에 가까운 긴 시간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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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겸 공화당 대선 후보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데저트 다이아몬드 아레나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며 손짓을 하고 있다.AFP=연합뉴스

미국의 대선은 각 주별로 배정된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하는 후보가 당선되는 간접선거 방식을 채택한다. 승부는 사실상 6개 경합주에서 난다.

이 때문에 전당대회를 마친 해리스는 오는 28일 경합주 가운데 트럼프가 다소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남부 국경지대 조지아주를 버스 투어 방식으로 훑은 뒤 대규모 유세전을 이어갈 계획이다. 정치 전문매체 더힐의 분석에 따르면 이날 기준 조지아에서 해리스의 지지율은 46.5%로, 49.2%를 기록한 트럼프에 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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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통령이자 202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반대로 트럼프는 29일 북부 경합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의 유세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쇠락한 공업지대를 뜻하는 ‘러스트 벨트’의 핵심으로, 해리스가 다소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는 지역이다. 이날 기준 더힐의 여론조사 분석에 따르면 미시간에선 해리스가 48.3% 대 46.4%, 위스콘신에선 49.5% 대 46.2%로 각각 트럼프에 오차범위 내 우세를 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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