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저무는 '글로벌 긴축시대'…한은은 가계부채에 &#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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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왼쪽)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BOC) 총재(가운데), 앤드류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가 23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

‘글로벌 긴축시대’가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자리에 모인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하나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논의를 본격화하면서다.

파월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이제는 정책을 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잭슨홀 미팅은 미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매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석학들이 모여 통화정책 향방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시장은 Fed의 9월 기준금리(현 5.25~5.50%)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됐다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7월 Fed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된 이후 1년 2개월 만에 인하로 방향이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들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메시지를 던졌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은 둔화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제조업 부문 성장 전망이 둔화하고 있어 9월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지표를 보면 9월 인하 결정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ECB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4.50→4.25%)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도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물가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기엔 아직 이르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위험은 1년 전과 비교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금리를 내렸던(5.25%→5.0%) BOE가 오는 11월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주요국 총재들의 발언이 전해진 뒤 23일 글로벌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탔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15% 올라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과 나스닥은 각각 1.14%‧1.47% 올랐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0.5% 오르면서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선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파월이 쏘아올린 '피벗의 시간'…시선은 ‘인하 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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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잭슨홀 미팅에 참석해 있다. AP=연합뉴스

시장은 Fed가 다음 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결정할 기준금리 인하 폭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베이비 컷’ 가능성이 우세하다. 다만 고용시장이 급속히 냉각돼 경기 침체 징후가 나타날 경우 ‘빅 컷(한 번에 0.50%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 시기와 규모도 조절할 수 있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음 달 6일 발표될 8월 고용보고서가 인하 폭을 결정할 핵심 지표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는 “8월 비농업 취업자 수가 10만명보다 적게 증가하고, 실업률이 4.5%까지 오른다면 ‘빅 컷’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발표된 7월 고용보고서는 실업률이 4.3%라고 발표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이때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도 전월보다 11만4000명 늘어 예상치(17만5000명)를 크게 하회했다.

한은은 언제…가계부채‧집값에 깊어지는 고민

‘글로벌 긴축시대’의 종말을 바라보는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빠져있다.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세가 떠오르면서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기준금리(현 3.50%)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관련 지표의 안정화가 피벗의 ‘선결 조건’이 된 셈이다. 연내 남아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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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10월 회의 전에 8‧8 부동산 공급대책,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규제 등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느냐가 관건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 폭이 현재 0.2%대에서 0.1%대까지라도 안정되고, 월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절반 정도만 둔화하여도 한은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10월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10월 회의 전까지 남은 6주간 부동산 시장의 체감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 인하 시점이 11월로 지연될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짚었다.

외환시장 변동성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1330원대로 높아지긴 했지만(환율은 하락),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22년 초 1190원대를 나타내던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그해 7월 한‧미 금리 역전이 생겨난 뒤 하반기엔 1400원대까지 하향세를 그렸다. 한국보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높은 금리 역전은 자본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등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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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한국은행,미국연방준비제도(Fed]

역대 최대로 벌어져 있는 한‧미 금리 역전 폭(2%포인트)이 기준금리 인하 국면에서 어떻게 작용할지도 살펴야 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보다 금리를 천천히 내리면서 역전 상황을 조금씩 정상화해야 외환시장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미국과 한국의 금리 수준이 비슷해지려면 Fed가 0.5~0.75%포인트 인하할 때 한은은 0.2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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