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스라엘 선제타격에 헤즈볼라 로켓 보복…중동 확전 우려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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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공격 준비를 포착해 선제타격을 단행했다고 밝힌 가운데 레바논 남부 티레에서 바라본 이스라엘 국경 지역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이 본토를 노린 공격을 준비 중인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를 선제타격하고, 헤즈볼라가 드론 및 로켓 공격으로 맞받았다. 2006년 이스라엘-레바논 전쟁 이후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가한 공격 중 최대 규모(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건은 아직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에 대한 본격적인 보복에 나서지 않은 이란과 하마스-헤즈볼라-후티(예멘) 등으로 이어지는 친이란 세력, 이른바 ‘저항의 축’이 추가로 무력 공격에 나설지다.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레바논 내 헤즈볼라 군 관련 타깃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IDF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IDF는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미사일과 로켓을 발사할 준비를 하는 헤즈볼라 테러조직을 포착했다”며 “이러한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자기방어 행위의 일환으로 레바논의 테러 목표물을 공격한 것”이라고 밝혔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은 이스라엘 북부와 맞닿아 있는 레바논 국경 5㎞ 이내 지역에서 대부분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이번 조치가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IDF는 “테러 단체 헤즈볼라가 오늘 아침 발사체를 이용해 벤구리온 국제공항을 비롯해 이스라엘 중부 지역까지 타격하려 했다”며 “레바논 남부에 대한 선제 공습으로 이런 시도를 무산시켰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공격 징후가 명확해 자위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란 설명이다. IDF는 이어 “100여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수천기에 달하는 레바논 내 로켓 발사대를 동시에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헤즈볼라 "이스라엘에 로켓 320여발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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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지난 6일 헤즈볼라 고위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 추모식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하고 있는 장면을 찍은 스크린샷. 로이터=연합뉴스

헤즈볼라는 즉각 대규모 반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이 선제타격 사실을 공식 발표한 직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규모 드론 및 로켓 공격을 가했다”며 “이는 지난달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헤즈볼라 최고사령관 푸아드 슈크르가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명시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메론 공군기지와 골란고원을 포함해 이스라엘 군사 기지와 막사 11곳에 320여 발의 카튜샤 로켓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구체적으로 "다수의 적의 시설과 막사, 아이언돔 플랫폼, 추후 발표할 특수 군사 목표물을 겨냥했다"고 설명했다. 알자지라는 레바논 알메이딘 방송을 인용해 헤즈볼라가 로켓 70기 이상을 동원해 갈릴리 서부와 골란고원 깊숙한 내부를 목표로 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반격 이후 추가적으로 레바는 남부를 공습했다고 밝혔다. 헤즈볼라의 로켓 발사대 여러 곳을 표적으로 했으며, 앞선 선제타격 때보다는 저강도 공습이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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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에서 발사된 로켓이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 상공에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 방공시스템에 요격되고 있다. AFP=연합뉴스

양 측의 피해 규모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3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밝히면서도 “아직 사상자 규모를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이 방공망 아이언돔을 가동해 헤즈볼라의 공격을 막아내는 영상이 X(옛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했다.

피해 규모가 한정적이라면, 양 측 모두 추가 조치에는 신중할 수 있다. 특히 이스라엘 주장이 맞는다면 자위권 발동 차원에서 선제타격을 결정한 건 이스라엘이 명분과 당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 당국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서부 연안 도시 헤르츨리야 인근 글릴롯 기지를 공격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추정한다고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글릴롯 기지에는 IDF 정보부대와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본부가 있다.

NYT는 한 정보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의 선제타격은 이날 오전 5시 텔아비브 방향으로 발사되도록 설계된 레바논의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한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선제타격은 직전인 오전 4시 45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저항의 축' 움직일까…美 "확전 예방 위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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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오른쪽 두번째)이 25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군사 기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48시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다만 사실상 이란을 대리하고 있는 헤즈볼라가 직접 공격에 나섰다는 것은 저항의 축이 움직이는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의 '첫 단계'가 성공적으로 완료됐다”며 추가 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스라엘 내부 깊은 곳에 있는 목표물을 향해 공격용 드론이 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 군사 기지를 표적으로 삼았다”면서다.

사미 나데르 레반트전략문제연구소장은 “(이스라엘의 공습은) 전 지역을 본격적인 전쟁으로 끌어들일 잠재력이 있다”며 “작전 범위와 강도 면에서 큰 확대를 알리는 신호”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헤즈볼라 입장에서도 반격의 명분을 확보한 것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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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오른쪽) 이란 최고지도자가 지난 7월 30일 이란 테헤란에서 레바논의 헤즈볼라 부지도자 나임 카셈과 회동하는 모습. EPA=연합뉴스

핵심은 결국 저항의 축을 이끄는 이란의 선택이다. 이란은 자국에서 하마스 지도자 하니야가 암살된 지 한 달 가까이 사실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란 ISNA 통신에 따르면 24일 아바스 아락치 신임 이란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희수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명예교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으로 전선을 확대하며 국내정치적 이점을 취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확전 시 지원을 받기 어려운 이란은 보복공격을 예고하면서도 사실상 직접 공격은 불가능하다. 결국 헤즈볼라를 통한 이스라엘 공격은 정해진 시나리오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스라엘은 이란의 반격이 전면전 수준이 될 수 없다는 판세를 읽고 친이란 세력을 향해 ‘잽’을 날리는 수준의 영리하고 노회한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선을 앞두고 휴전 협상 진전에 여념이 없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하면서도 긴장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이스라엘은 선제타격 전후로 미국과 협의를 이어갔다.

숀 사벳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고위 관리들이 이스라엘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자기방어권을 계속 지지할 것이고, 지역적 안정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국방장관도 통화에서 “역내 확전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이스라엘 국방부가 밝혔다.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고위 협상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NYT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전단 2개가 중동에 모여들었다고 보도했다. 오만만(灣)에서 작전 중이던 시어도어 루즈벨트 항모전단에 더해 지난 21일 에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이 추가로 도착했다. NYT는 “이는 명백히 이란과 동맹국들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더 강력한 공격에 나서지 못하도록 억제하려는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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