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금리 낮추면 집값 뛸라, 이창용 딜레마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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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미국 의 그랜드 티턴 국립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제롬 파월 미국 Fed 의장(왼쪽)과 티프 매클렘 캐나다은행 총재. [AP=연합뉴스]

‘글로벌 긴축시대’가 막을 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자리에 모인 주요국 중앙은행이 하나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논의를 본격화하면서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23일(현지시간) 열린 ‘잭슨홀 미팅’에서 “이제는 정책을 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잭슨홀 미팅은 미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열리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매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 석학들이 모여 통화정책 향방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시장은 Fed의 9월 기준금리(현 5.25~5.50%) 인하 가능성이 가시화됐다고 풀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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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잭슨홀 미팅에 참석한 유럽중앙은행(ECB) 인사도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 메시지를 던졌다.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은 둔화 추세가 유지되고 있는 반면, 제조업 부문 성장 전망이 둔화하고 있어 9월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마리오 센테노 포르투갈 중앙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지표를 보면 9월 인하 결정은 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ECB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춰(4.50→4.25%) 주요국 중앙은행 중 가장 먼저 금리 인하를 단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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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앤드루 베일리 영란은행(BOE)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지속할 위험은 1년 전과 비교해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달 초 금리를 내렸던(5.25%→5.0%) BOE가 오는 11월 추가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요국 총재들의 발언이 전해진 뒤 23일 글로벌 주가지수는 상승세를 탔다.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장보다 1.15% 올라 장을 마쳤다. 다우존스30과 나스닥은 각각 1.14%·1.47% 올랐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은 0.5% 오르면서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선까지 떨어지면서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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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시장은 Fed가 다음 달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결정할 기준금리 인하 폭에 시선을 돌리고 있다.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하하는 ‘베이비 컷’ 가능성이 우세하다. 다만 고용시장이 급속히 냉각돼 경기침체 징후가 나타날 경우 ‘빅 컷’(한 번에 0.50%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긴축시대’의 종말을 바라보는 한국은행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계부채와 집값 급등세가 떠오르면서 인하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2일 기준금리(현 3.50%)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과도하게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관련 지표의 안정화가 피벗의 ‘선결 조건’이 된 셈이다. 연내 남아 있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0월과 11월 두 차례다. 10월 회의 전에 8·8 부동산 공급대책,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규제 등의 효과가 얼마나 나타나느냐가 관건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 폭이 현재 0.2%대에서 0.1%대까지라도 안정되고, 월간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절반 정도만 둔화해도 한은의 부담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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