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천 호텔 화재, 에어컨 불꽃이 침대 옮겨붙으며 급속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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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사고 현장 앞에 고인을 추모하는 국화꽃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경기 부천 호텔 화재는 객실 에어컨에서 일어난 불꽃이 침대 매트리스에 떨어지며 불이 급속도로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소방당국이 119 신고 접수부터 인명구조 과정까지 제대로 대응했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피고 있다.

2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형사기동대·과학수사대 등 총 84명으로 구성한 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화재 원인과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청이 확보한 폐쇄회로(CC)TV에는 22일 오후 7시 37분쯤 810호에서 연기가 시작된 지 약 1분 23초 만에 층 전체가 뿌예진 모습이 담겼다. 경찰은 소방재난본부 보고서 등을 토대로, 객실 안 벽걸이형 에어컨에서 생긴 불꽃이 침대 매트리스 등 가연 물질에 옮겨붙으며 화재가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변 물체가 발화온도까지 가열돼 방 전체에서 화염이 폭발적으로 분출하는 이른바 ‘플래시오버’ 현상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어컨 불꽃은 누전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두 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관련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도 조사 중이다. 소방당국은 당일 오후 7시 43분 현장에 도착해 약 5분쯤 뒤인 7시 48분 에어매트를 설치했다. 이후 7시 55분쯤 한 여성이 에어매트 가장자리에 떨어지며 에어매트가 뒤집혔고, 곧이어 뛰어내린 남성은 매트가 뒤집혀 생긴 바닥 공간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에어매트가 불량이었는지, 공기량이 충분했는지, 낙하 지시를 제대로 했는지 등을 살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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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호텔 복도 모습. [사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사고 신고자와 119 접수 요원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정황도 확인됐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첫 신고가 접수된 건 오후 7시 39분 20초쯤이다. 접수 요원은 신고자에게 열 차례 호텔 이름을 물은 뒤 출동 지령을 내렸다. 이후 “810호 어디? 침대나 뭐 창문 어디?”라며 객실 안 구체적인 발화 장소도 물었다. 경찰 관계자는 “소방 대응의 전반을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사고가 난 호텔에 스프링클러가 없었던 것과 관련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방시설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2005년 11층 이상 숙박시설에 대해 전 층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2017년에는 설치 대상을 ‘6층 이상 숙박시설’로 확대했다. 하지만 개정 전 지어진 숙박시설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 불이 난 부천 호텔은 지난 2004년 10월 사용 승인을 받은 9층 건물이다.

전문가들은 요양병원·어린이집 등처럼 숙박시설에도 스프링클러 설치 규정을 소급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채진 목원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숙박업소의 경우 투숙객이 건물 구조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완강기·에어매트는 최후의 피난 수단일 뿐 화재 진압은 할 수 없는 만큼, 스프링클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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