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해리스, 첫 시험대 마주쳤다…이스라엘 vs 反이스라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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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시카고 전당대회 ‘대관식’을 동력으로 삼아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지율 상승에 탄력이 붙었고, 선거자금 모금 기록도 호조세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25일(현지시간) 해리스의 지난달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지금까지 5억4000만 달러(약 7150억 원)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젠 오말리 딜런 해리스 선거대책위원장은 “역사상 어떤 대선 캠페인과 비교해도 많았던 모금 기록”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규ㆍ여성 기부자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지난 19~22일 나흘 간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에만 8200만 달러(약 1085억 원)를 거둬들였으며, 마지막 날 해리스의 후보 수락 연설 직후 후원금이 대거 몰렸다는 설명이다.

출마 후 7100억원 모금…“기록적”

25일 페어리디킨슨대학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의 지지율이 50%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3%)을 7%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둘은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층에서 95%의 높은 충성도를 확보했으며, 무당층의 경우 해리스 지지가 38%로 트럼프(33%)에 비해 다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그런 해리스 앞에 시험대가 다가서는 형국이다.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중동 문제다. 이스라엘과 반(反)이스라엘 세력 간 싸움이 역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해리스가 어떤 입장을 취하는지가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등에서 지지층 결집 여부를 가를 중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가자 지구 전쟁 문제는 특히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 가장 논쟁적이며 분열을 조장하는 악재로 작용해 왔다. 강력한 친이스라엘 노선을 일관되게 펴 온 조 바이든 대통령에 젊은 층과 아랍계 무슬림 등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 등을 돌린 게 재선 포기의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중동 문제 섬세한 균형 유지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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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DNC)가 열린 지난 20일(현지시간)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해리스는 ‘이스라엘 자위권’과 ‘팔레스타인 인권’ 사이의 섬세한 균형 유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 22일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도 “나는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을 계속해서 지지할 것”이라면서도 동시에 “가자 지구에서 수많은 무고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을 멈추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존엄성ㆍ안전ㆍ자유ㆍ자결권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 대목에서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이 가장 큰 환호성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해리스는 그간 여러 차례 이스라엘 방어권 지지를 표명해 왔지만,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4만여 명이 숨지는 등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진 팔레스타인 참상에 대해 바이든보다 상대적으로 강경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시카고 전당대회 때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던 가자 반전 시위대가 우려와 달리 큰 충돌 없이 행사를 정리한 것도 해리스의 이런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통화에서 “해리스가 시위대 수뇌부 인사들을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 다니면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나에게 다 말해 보라’며 귀를 기울인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대계 막강 자금ㆍ조직 놓칠 수 없어

해리스는 지난달 2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미 상ㆍ하원 합동연설 때 행사를 주재하지 않고 불참하기도 했다. 통상 외국 정상의 의회 연설은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주재하는데, 해리스가 자리를 비운 것은 가자 전쟁 휴전안에 미온적인 네타냐후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왔다.

해리스는 또 이튿날 사무 회동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서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전쟁 종식을 촉구하는 등 선명한 목소리를 냈다. 해리스 대선 캠프 내에서도 무슬림 유권자가 많은 미시간 등 경합주를 잡으려면 바이든식 친이스라엘 기조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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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DNC) 마지막 날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친 뒤 남편인 더그 엠호프와 함께 손을 들어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내 유대계의 막강한 자금력과 네트워크를 무시하기 힘들다는 점이 딜레마다. 트럼프는 지난달 26일 네타냐후와 만난 자리에서 “사실 유대인이 어떻게 그녀(해리스)에게 표를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는 등 해리스와 유대인 유권자 사이를 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해리스는 팔레스타인 상황 개선에 힘을 보태는 한편 유대계인 남편 더그 엠호프를 통해 반(反)유대주의에 맞서 싸워 왔다는 점을 부각한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지지’ 케네디 동생 “해리스 찍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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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으로 미국 대선에 출마했던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왼쪽)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선거운동 중단 및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뒤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유세에 참석해 트럼프와 악수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선거운동 중단과 함께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것을 두고는 가족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케네디 주니어의 동생 맥스 케네디는 25일 LA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내 형 바비(케네디 주니어 별칭)를 무시하고 해리스 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해 달라. 이것이 우리 아버지의 명예를 가장 올바르게 지키는 일”이라고 했다.

케네디 주니어와 맥스는 1963년 피살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1968년 역시 총격으로 숨진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들이다. 케네디 가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온 정치 명문가다. 앞서 지난 23일 케네디 주니어가 트럼프 지지 유세에 합류하자 그의 누나인 캐슬린을 비롯한 다섯 남매는 공동 성명을 내고 “가문의 가치를 배반했다”며 “우리는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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